문화산책
박정옥 시인
샤워 커튼
볼수록 마음에 든다
핑크색 샤워 커튼
여러 색깔 중에서 고르고 골라 선택한
내 마음 훔친 색깔이다
무더운 장마철에도
봄을 걸쳐놓은 듯한 욕실
크림색 바탕에 핑크색 꽃무늬들
바라만 봐도
마음 안에 울긋불긋 봄꽃이 만발이다
지금은 창밖조차 온통 봄의 꽃날이다
외출에서 돌아와 샤워하는 시간
핑크색 커튼을 펼쳐놓고
하루의 먼지를 씻는다
집의 안과 밖이 꽃의 축제장 같다
커튼 하나 바꿨을 뿐인데
생각마저 핑크색으로 핀다
* * *
금연 의자
한밤중 왁자지껄
앗, 뜨거 뜨거
아이들이 담배 한 개비씩 꼬나물고
음료와 캔 맥주를 마시며
나의 등과 팔다리를 마구 지져댄다
우락부락한 아이 하나가
달려들어
내 이름표를 확 뜯어 버린다
이름표는 그대로 내동댕이쳐지고 만다
상가의 특급 명당자리인데
제대로 빡센 손님들이 차지하고 말았다
담배 연기와 널브러진 꽁초
지독한 냄새에
정신을 잃고 몽롱해진 금연 의자가 외친다
“거기 누구 없나요?
내 이름 좀 찾아주세요.”
박정옥 시인
평택남부노인복지관 이용자 대표회의 회장
평택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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