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바닥 구덩이에서 평화위한 시 읊어

문화예술인 대거 참여해 “기지확장반대”

▲ 주민들이 촛불을 들고 ‘기지확장반대’를 외치고 있다.
지난 18일 미군기지확장지역으로 발표된 팽성읍 대추리 앞 황새울 들판에는 평화와 주한미군이전반대를 알리는 형형색색의 만장기가 펄럭였고, 하늘에는 방패연과 가오리연 등 수많은 연들이 날아올랐다.

이근지역에 모여든 400여명의 주민들은 찬바람을 맞으며 호미대신 촛불을 들었고, 행사를 기획한 가수 정태춘·박은옥씨는 무대에서 눈에 보이는 동네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내가태어나고 성장한 마을”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고은시인과 문학평론가 임헌영씨 등 평화를 노래하는 시인들은 짚덤불로 만든 무대에서 혹은 논바닥 구덩이에서 시를 읊었다.

‘2004 대추리 평화축전-들이운다’가 18일 오후 2시부터 저녁 8시까지 팽성읍 대추리앞 들판에서 5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행사를 진행한 이 들판은 연합토지관리계획에 따라 용산미군기지와 미2사단이 이전해 올 곳이다.

▲ 가수 정태춘·박은옥씨가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있다.
오후부터 시작된 ‘2004 대추리 평화축전-들이운다’는 평화를 기원하는 고사와 연날리기, 문학인들의 시낭송, 예술인들의 노래와 문화공연으로 이어졌으며, 밤 7시부터 8시까지 1시간동안 촛불행사를 갖고 마무리 했다.

미군기지확장반대팽성대책위 김지태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름없는 작은 분들이 힘을 모아 평택을 미군기지가 아닌 농민의 평화로운 땅으로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문정현 신부는 “매향리도 이겼고, 부안의 핵폐기장도 무산됐다”면서 “이제 대추리 주민들의 눈물과 한을 국민들이 알게 됐으니 미군기지가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축전은 홍일선시인과 이승철시인의 사회로 진행되었는데, 문학인들의 시낭송과 가수 김현성씨와 손병휘씨의 노래공연, 서울예대무용과 2년인 김동현씨의 ‘들녘에서 신생을 꿈꾸다’, 이경석씨와 김준영씨의 무예24기, 오우열씨의 대추리 평화해원굿 등이 이어졌다.

특히 이날 참여한 시인들은 대추리 평화축전과 함께 ‘제5회 대추리 문학축전’을 함께 열었다.
시인들은 팽성읍 주민들의 한과 주한미군들과의 애증의 관계를 시로 표현했으며, 대추리 주민들의 절박한 심정도 함께 표현했다.

▲ 문학인들이 횃불을 들고 황새울 들판을 행진을 하고있다.
고은 시인은 “평택은 평야를 뜻하면서도 평화와 평등을 뜻한다”며 “평화와 평등은 만들어진 풍경이 아니라 노력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평택이 고향인 박후기 시인과 문동만·유정이 시인은 대추리 논을 파고 들어가 시를 낭송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공광규 시인은 ‘나의미국관계사’라는 시에서 …/나는 지금 평택에 와 있는데/저 할머니가/그냥 여기서 농사짓게 해달라고 아우성치는데/시위대 속으로 들어가/촛불을 켜는 수밖에./ 주민들의 상황과 심정을 묘사했으며, 윤재걸 시인은 ‘대추리’라는 시에서 시민들에게 대추리의 절박함을 알렸다. …/조용한 민족의 마을, 대추리여,/오 우리 민족의 한뼘 땅, 대추리여,/누가 우리 삶의 안방에 금줄을 치려드는가/누가 우리 터전의 앞가슴 능욕하려 드는가/그대는 진정 아는가/자주해방의 마을-대추리형제들이 겪고 있는/이 서러움의 실체를,/.

시인들이 시를 읖는 동안 몇몇 주민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평화축전의 마지막은 가수 정태춘·박은옥씨가 장식했다.

노래를 부르기 앞서 정태춘씨는 “대추리와 더불어 미군기지가 들어선다는 도두리는 내 고향”이라며 “이런 때 고향 들판에 서서 노래를 부르게 돼 마음이 착찹하다”고 말했다.

행사를 마친 예술인들은 참가자들과 함께 횃불을 들고 황새울 들판을 가로질러 K-6미군기지 앞으로 향했다. 이들은 풍물패들의 장단에 맞춰 기지를 둘러친 철조망을 돌며 횃불행사를 가졌다. 횃불행진에서 정태춘씨는 꽹과리를 치며 고향땅을 밟았으며, 고은시인을 비롯한 예술인들은 횃불을 들었다.

30여분간 횃불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은 본 무대로 돌아와 주민들과 함께 8시까지 촛불행사를 갖고 마무리했다.

이 외에도 황새울 들녘에 대형 상징물을 세우는 한편 짚을 태운 흔적으로 대지에 글을 남기기도 했다.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