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박미자 시인

 

자작나무 숲에서

 

그녀를 기다립니다

자작자작 하얗게 타들어가는 그리움

나무는 답을 알고 있을까요

 

그녀가 서 있던 자리를 서성이며

잠시 잠자는 숲속의 여왕처럼

어느 사각지대 침상에 누워

꿈을 꾸고 있을 그녀를 생각합니다

 

가만가만한 기척에도

흰 낯빛의 숲에선

그리움만 막무가내로 피워올리고 있고

창백해진 언약들이 햇살에 구워지는 동안

그녀가 꿈결에서 걸어나올 때까지

바람의 속도와는 상관없이

시간의 숲길에서 꼿꼿하게 기다리겠습니다

 

 

* * *

 

 

배다리 생태공원을 바라보며

 

하늘빛 창문 열어젖히면

시원한 한 폭 수채화 정원

커피향 번지는 식탁에 앉아

산책하는 어느 부부의 뒤를 따라

눈으로 걸어본다

그들은 어떤 대화를 하고 있을까

계절이 바뀌는 동안

나는 몇 번이나 정원을 거닐었고

그에게 몇 번이나 말을 걸었을까?

 

언젠가 보았던 고운 꽃들과 솔길

아가와 강아지들의 종종걸음

조팝나무 박태기의 밥풀꽃

카톡처럼 서로 주고받는 새소리들

부부가 뒤를 돌아본다

흠칫, 들켜버린 게으름에

하릴없이 구름에게 손을 흔들어 본다

물소리 바람소리 저녁에 다다르면

많은 밀어들은 저수지 아래로 내려앉고

새들의 발자국들은 수면 위

투명 찬란한 별빛으로 떠오른다

나의 정원이 된 배다리 공원

천천히 돌아보며

나의 뒷모습도 밟아 봐야겠다

 

 

박미자 시인
박미자 시인

박미자 시인
평택문인협회 평택아동문학회 시원문학동인
한국아동문학회 경기도지회장
한국여행문학회, 한국동요음악협회 회원
굿이너프심리상담센터장
시집 <모든 시간들에겐 향기가 있다> ,동시집 <여기 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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