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우와 떠나는 생태기행 39
예산군 황새공원운영에
연간 10억원 부담하지만
농산물 판매 및 지역 이미지 개선,
체험학습 유치 등 성과 많아
황새 사진을 찍으러 충남 예산으로 가는 길은 여유있는 마음으로 국도를 타고 가는 것이 제맛이다. 예산에서 태어난 황새들이 평택까지 날아온다는 소식을 접하니 더 가까운 느낌이다.
예산황새공원은 무한천 물줄기인 광시면 산골에 자리를 잡았다. 예산군의 젖줄인 무한천은 금북정맥 백월산 북측 골짜기 청양군 화성면 산정리에서 발원해 예산군 광시면, 대흥면을 따라 북쪽으로 흐른다 예당저수지에서 머문다. 국내에서 가장 큰 예당저수지 상류 습지에는 낚시 좌대 수십개를 설치해 영업하고 있다. 저수지 하류는 출렁다리·모노레일과 카페·음식점 등 관광단지로 개발되고 있다. 저수지 수문을 통과한 무한천은 예산읍 주민의 상수원으로 이용되고, 비옥한 예당평야의 농업용수로 공급된다. 무한천은 홍성군에서 흘러온 삽교천에 합류해 삽교천방조제 수문을 통해 아산만 바다에서 평택과 만난다. 홍성군 금마면과 예산군 대흥면 경계인 봉수산 휴양림 정상에 오르면 예당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예산읍내 아파트단지까지 보인다. 수목원에는 곤충생태관·하늘데크·구름다리가 설치되어 지인들과 산책하기에 적당하다. 봉수산에는 백제부흥군의 마지막 근거지인 임존성이 지키고 있다. 예산·홍성·당진 등 내포지역을 연결하는 백제부흥군길 표지석를 보니 충남 내포지역 주민들 가슴속에는 여전히 백제에 대한 자부심이 이어지고 있다.
평택에 날아온 황새들이 평택시와 예산군을 연결해준 덕분에 황새 전문가를 만나볼 결심을 했다. 환경의날 기념 생물다양성 보전 국회토론회에 예산황새공원의 우수사례 주제발표를 요청하기 위해 야생복귀연구팀 김수경 선임연구원과 예산군 문화관광과 윤동한 황새팀장을 어렵게 만났다. 예산군 황새공원 운영 사례를 들어보니 ‘수도권 수달보호센터’ 평택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평택시가 배울 점이 많다. 황새와 사람이 공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회복시켜 황새가 자연에 안정적으로 복귀해 정착하도록 연구하고 있는 황새문화관 1층에서 동영상과 사진 등을 살펴보며 김수경 선임연구원의 설명을 들었다. 특히 ‘과거황새번식지목록’에서 아산만방조제가 막히기 전인 1970년 중반까지 평택시 팽성읍 내리에 황새가 번식했었다는 기록을 발견하고 정말 반가웠다. 평택시민들이 더 노력하면 황새와 수달이 공생할 수 있는 평택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근거를 발견했다. 2층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했는데 광시면 지역에서 친환경농업으로 생산한 농산물로 만든 음료를 먹어본다. 윤동한 예산군 황새팀장은 예산황새공원 운영을 위해 인구수 8만명 규모의 예산군이 매년 10억원의 예산을 부담하지만, 18명의 일자리와 황새 이미지를 활용한 친환경농산물 생산 판매, 생태관광 활성화로 지역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자랑을 한다. 체험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어 예산군뿐만이 아니라 인근 시군의 유치원, 어린이집 유아들이 매일 방문한다고 한다.
김수경 선임연구원의 안내로 황새복원을 위한 사육시설을 둘러보았다. 황새문화관 2층 카페에서도 황새를 살펴볼 수 있도록 오픈장을 배치했다. 황새는 몸이 크고 아름답고 사람들과 친근한 야생동물이라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에서 편안한 모습으로 먹이를 먹고 있다. 야생복귀연구를 위한 비공개구역에는 번식장, 사회화 훈련장, 야생화 훈련장, 사육동 등이 넓은 부지에 조성되어 있다.
예산군은 생태하천복원, 소규모 어도,
개구리생태통로 등 조성해
습지 생태계를 황새서식처로 확보
황새는 살아있는 미꾸라지·개구리·뱀 등을 잡아먹는다. 사육동 인근 인공둥지탑에는 야생에 적응한 황새 부부가 새끼들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고 있다. 광시면 일대 황새마을 사람들은 황새공원을 유치해 복을 주는 황새와 함께 사는 지속가능한 농촌마을을 만들고 있다. 예산군은 광시면 농경지 친환경농업을 지원하고, 무한천 생태하천복원사업을 추진해 주변지역의 논·하천·저수지 등 습지생태계를 황새서식처로 확보하고 있다. 특히 논에도 소규모 어도와 개구리 생태통로를 설치해 황새와 먹이사슬로 연결된 작은 동물들이 번식하고 이동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인공둥지탑 23개를 설치해 황새들이 마음에 드는 둥지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있다. 황새복원사업으로 번식에 성공한 황새는 매년 방사를 추진하고 있다. 예산에서 야생으로 방사된 황새들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황새공원을 둘러보고 평택시 안중읍에 날아온 황새 이야기도 나누었다. 지난겨울 당진 삽교천을 취재하며 소들섬에서 다리에 가락지를 끼고 있는 황새를 촬영한 이야기를 전했다. 김수경 선임연구원은 황새가 텃새로 정착하는 지역이 계속 확대되는 추세이고, 충남 지역뿐만이 아니라 경기도 평택시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황새들이 삽교천, 아산만, 평택항 습지에서 먹이활동을 하러 이동하는 것이다. 평택 서부지역에 서식하는 황새가 진위천, 안성천 물줄기를 따라 용인시, 안성시까지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아산만방조제 막히기 전
1970년대 중반 팽성읍 내리에
황새 번식했다는 기록 있어
안중읍에 날아 온 황새는 예산에서
방사된 황새로, 텃새로 정착될수 있어
체계적 관리와 지속적 모니터링 위한
행정부서의 관련 조직 신설 필요
평택시 안중읍 한 아파트에 황새 한쌍이 번식을 준비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지역신문을 통해 전해진다. 주민들은 황새가 번식할 둥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는 모습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살펴보며 천연기념물을 담당하는 부서인 문화예술과에 신고를 하나, 유형문화재 보존 및 유지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도움을 주기 어렵다는 대응을 했다. 문화재 담당 공무원의 소극적인 대응에 실망한 주민들이 황새가족지킴이 모임을 구성해 인공둥지탑 설치를 위한 모금운동을 전개하며 행동에 나섰다. 안중읍주민자치회, 공익활동지원센터 등의 참여로 모금 운동을 통해 학현리에 둥지탑을 세워 평택시에 기증했다. 우여곡절 끝에 야생동물 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환경정책과가 황새 보호를 담당하기로 교통정리가 되었다. 황새, 수달처럼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는 야생동물은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면 환경부서가 관리하는 것으로 업무를 조정하면 어떨까? 평택시 환경정책과에 야생생물 관련 업무를 할 수 있는 팀 조직을 추가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
평택시는 삼성전자, LG전자, SK가스 등 대기업과 미군기지, 해군기지, 평택항 등으로 산업도시, 군사도시로 유명하다. 안중읍에 날아온 황새가 정착할 수 있도록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체계적인 대응이 시급하다.
박환우 환경전문기자
경기생태교육연구소 대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