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산작가의 세상보기
호국 보훈의 진정한 의미는
기억해야 할 것 기억하는 것
피 묻은 군복 위에 오늘의
행복과 번영 이룬 것 잊지 말아야
(사)세상의미래를바꿀책읽기 이사장
예비역 육군 준장
지금 우리는 호국보훈의 달을 보내고 있습니다. 해마다 유월이 되면 호국보훈의 달이라 하여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무엇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것이 대체 무엇인데 기억하고, 잊지 않아야 할까요?
지금으로부터 73년 전, 이 땅에서 일어났던 일입니다. 아주 오래전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불과 얼마 되지 않은 과거에 일어났던 일입니다. 무려 3년 1개월 간 계속 되었습니다. 그 일을 직접 몸과 맘으로 겪어내며 피와 땀과 눈물을 쏟았던 분들이 지금도 살아계십니다.
그 전쟁에서 누구는 목숨 바쳐 싸웠고, 죽어 누웠습니다. 그 전쟁에서 죽었으면서도 아직까지 찾지 못한 유해도 무려 12만 명이 넘습니다. 그 전쟁에 참여해서 지금도 참혹한 기억 속에 고통받고 있는 참전용사도 이 땅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기억은 그들이 지켜낸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전쟁이 무엇인지 모르고 자라난 세대들, 전쟁은 단지 책에만 나와 있는 일이라고 알고 있는 세대들의 몫입니다. 어쩌면 전쟁은 아주 먼 옛날의 일이고 내가 살고 있는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믿고 있는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집니다. 기억과 망각이 섞이다 못해 이제는 뒤바뀌기까지 합니다. 이제는 잊고 편하게 살아야 할 사람들은 여전히 잊지 않고 있는 데 반해, 정작 기억하고 기려야 할 사람들은 잊어가고 있습니다.
6.25 정전 70주년, 한미동맹 70주년이 되는 올해의 모습을 돌아보니 정말 그렇습니다. 우리가 늘 말로만 듣는 호국보훈의 진정한 의미는 기억하는 것입니다. 잊지 않는 것입니다.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그것으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됩니다.
13만 7899명의 국군장병들이 목숨을 바쳤습니다. 한 번 와보지도 않았던 나라, 어디 있는지 알지도 못하는 나라를 위해 3만7902명의 유엔군이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생명을 기꺼이 던졌습니다. 남북한을 통틀어 무려 52만6000여 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말입니다. 그 전쟁에서 죽었음에도 아직도 찾지 못한 6.25 전사자 유해가 12만1879명입니다.
혹시 당신은 이 숫자를 기억하고 있습니까? 아니, 기억은 둘째치고 알고 있습니까?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우리가 꼭 잊지 말아야 할 숭고한 그 숫자들을 다른 무엇보다도 가슴 깊이 새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피 묻은 군복 위에서 오늘날 반도체와 조선, 자동차 등으로 대표되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무역대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그 피 묻은 군복 위에서 지금 우리 국민들은 그 어떤 시대보다도 자유와 평화가 살아 숨 쉬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기억은 그냥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기억하려고 노력하고, 기억하려고 애 쓸 때 이루어집니다. 나라가 하는 일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하게 해주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지 않도록 하는 일입니다.
올해도 유월을 보내며 생각합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들은 무엇이고,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은 또 무엇인지 돌아봅니다. 물과 공기처럼 그 무엇보다 소중하지만 늘 우리 곁에 있어왔기에 무심히 스쳐 지나갈 수 있는 것들을 살펴봅니다.
1년 내내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하지만 그래도 유월의 생각은 조금 더 특별합니다. “Freedom is not free.” 자유는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자유와 평화는 피 묻은 군복처럼 오직 헌신으로 바친 수많은 피로써 지켜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늘 기억해야 하고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