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정선영 주무관
평택시청 미래전략과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 평소보다 조금 더 정성스럽게 옷매무새를 다듬고 평소보다 조금 더 따뜻한 눈빛을 담는다. 오늘 만날 이야기꾼과 오늘 들을 이야기에 대한 예를 갖추고 싶어서다.
5월 19일 김충배 국립고궁박물관 전시홍보과장의 ‘박물관 백배 즐기기’ 라는 주제로 아홉 번째 평택 박물관 포럼이 있었다.
김충배 과장은 박물관을 제대로 즐기고 관람객이 주인이 되어 추억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전시를 기획하고 행사나 소식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재미를 소환할 수 있는 굿즈 등 소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학예사가 매우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 놀랐지만 열악한 근무 환경에 더욱 놀랐다. 학예사의 역할은 보통 큐레이터(전시), 컨서베이터(보존과학), 에듀케이터(사회교육), 리서처(연구업무), 레지스트라(유물관리)로 나뉘는데 한 명의 학예사가 이 역할을 모두 해내야만 하는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이 추억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들기 위한 끊임없는 고민과 새로운 시도로 ‘오로지 단 한 점만’을 위한 전시가 탄생했다. 오직 한 점을 위한 전시는 관람객의 ‘눈’이 아닌 ‘마음’을 머물게 하여 유물은 물론 그 유물을 마주한 ‘나’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까닭에 많은 사람이 열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강의 내내 노래 한 곡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루, 단 하루만 기회가 온다면 죽을 힘을 다해 빛나리~’ 동요처럼 밝고 경쾌한 멜로디에 서글픈 가사로 한동안 온종일 듣던 노래였다.
조선 건국 초기 태조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당시 찬란한 과학기술을 담아 제작된 천문도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각석(刻石)’. 그 찬란했던 시작이 무색하게 600여 년이 흘러 1960년대에 천문도임이 밝혀지기 전까지 도시락을 먹는 곳이 되거나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 흙을 뒤집어쓴 커다란 돌덩이였을 뿐이다. 천문도라는 것이 밝혀지고 박물관으로 옮겨진 이후에도 역사적 가치와는 별개로 한동안 박물관 구석에 있었다.
하지만 긴 시간 죽을 힘을 다해 빛나고 있던 천상열차분야지도는 끝내 단 하나의 주인공이 되었다. 한 공간에 천문도 한 점만을 전시하여 천문도에 새겨진 내용을 영상으로 구현해 천문도가 품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 것이다. ‘어린 왕자’를 감명 깊게 읽은 사람, 별똥별을 보고 소원을 빌어본 사람, 밤하늘을 보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사람-모두에게 천문도를 바라보는 그 순간만큼은 자신만의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건립할 박물관이, 유물마다 가진 빛나는 가치를 관람객이 자신의 세계와 연결하여 마음이 머무는 일이 매일매일 일어나는 공간이기를 바란다. 소외되는 이 없이 모두가 반짝이는 주인공이 되는 평택박물관 건립이 몹시 기다려진다.
※ 외부필자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