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아카데미 대표
올해로 창립 35년과 평생학교 30년는 맞이하며 평택시민아카데미가 민세아카데미로 단체명을 변경하고 신발끈을 다시 묶으며 50년, 100년을 향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다. 1988년은 올림픽 열기로 뜨거운 한해였다. 그해 여름 당시 송탄시 지역의 청년들이 뜻을 모아 미군기지 주둔으로 척박한 송탄의 교육·문화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공간문화 연구회 모임터를 창립했다. 모임터는 전통문화 보전과 계승 차원에서 풍물패 소리울림을 중심으로 독서모임 등을 통해 지역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청년들의 사회진출과 함께 침체기를 겪었으나 이를 이겨내고 1995년 평택시민아카데미로 개명하며 다양한 사업을 차근차근 전개했다. 풍물과 국악공연 ‘우리 소리 그 멋과 신명’, ‘경기웃다리풍물경연대회’를 비롯해서 성인문해교육운동 상록수평생학교 개교, 전국 5대 시네마테크로 자리매김한 ‘씨네마드리밍’과 영상제 개최, 50여회에 걸친 국토문화유산 답사 누리배움, 청소년공부방·작은도서관 운영, 역사인물 안재홍·이동백 재조명 등을 통해 활발하게 지역 교육문화운동을 펼쳤다.
평택시민아카데미는 몇 가지 측면에서 지역 교육문화운동 발전에 기여했다. 첫째, 대개의 지역운동 조직이 서울을 본부로 하고 지부 형태로 지역과 인연을 맺고 활동하는데 비해 평택시민아카데미는 평택에서 시작해서 평택의 교육·문화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자생적 시민단체이다. 둘째, 지역운동 단체로서 동아리 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꾸준한 활동 속에서 공공 영역에 활력과 자극제가 되고, 지역 정책변화에도 기여했다. 2000년대 들어 풍물과 농악에 대한 관심이 본격화되기 전에 국악과 풍물 운동에 힘썼고, 영상 활동은 공공도서관 영화 감상 활동으로, 문화답사는 문화유산보전과 평택시티투어의 선구적 활동으로, 청소년 공부방은 공부방 유형 구분 정책 변경으로, 성인문해교육은 2006년 문해교육 국가지원 근거 마련과 평택 성인문해교육 조례 제정의 성과로 구체화되었다. 또한 2000년대 중반 한국사회에 자원봉사 개념이 보편화되기 훨씬 이전에 자원봉사 중심의 기관운영으로 그 성과를 공유했다. 셋째, 평택시민아카데가 35년 이상 꾸준하게 지역 교육문화운동에 힘쓸 수 있던 비결은 선택과 집중으로 타 기관이 하지 않는 일 가운데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목적 사업에 충실하고, 장기 비전을 가진 사업에 충실하며, 한우물을 파면서도 관련 기관 네트워크 협력 사업을 충실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제 거의 30년 가까이 사용한 평택시민아카데미는 민세아카데미로 명칭을 변경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평택이라는 이름이 빠지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난 35년의 경험이 평택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지역으로 그 정신이 확산될 수 있도록 보편성을 갖자는 다짐이다. 이제는 평택에서 시작해서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는 교육문화 지역운동의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그간 평택시민아카데미는 2000년 창립한 민세 안재홍선생 기념사업 활동이 잘 이루어지도록 음으로 양으로 협력해왔다. 평택 출신의 민족지도자 안재홍은 일제 강점기 때 여름방학을 맞아 고향으로 귀향하는 청년지도자들에게 두가지 당부를 했다. 하나는 전국 각지의 국토답사를 통해 국토와 민족에 대한 애정을 키우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한글을 몰라 고통받는 고향사람들을 위해 시간을 내서 가르치는 봉사를 하라는 것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민세가 강조했던 이 두가지 일을 그의 고향 평택에서 30년 넘게 해오고 있는 단체가 바로 평택시민아카데미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시민아카데미는 20년 넘게 민세 정신 선양에 기념사업회와 함께 뜻을 모아왔다. 그런 면에서 평택시민아카데미가 민세아카데미로 이름을 바꾸는 것은 민세 선생도 아주 좋아하실 일이라고 생각한다.
1995년 창립된 평택시민아카데미
가장 오래된 자생적 지역시민단체
공공영역 활동으로 정책변화 이끌어
이제 민세아카데미로 새 출발하며
교육문화지역운동의 새 모델 만들터
여기에 더해 민세아카데미는 앞으로 민세라는 의미 속에 담긴 몇가지 가치도 실행해나갈 계획이다. 첫째는 민세에 담긴 민(民)의 의미를 계속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처럼 낮은 자리에서 묵묵히 자원봉사를 실천하며 낮은 목소리를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민족에서 세계로의 열린 정신을 생각하며 지역사회 안에서 거버넌스를 중시하고 이념·지역·계층·세대간 갈등 해소에 노력하며 중도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우고 지역사회 통합에 힘쓰겠다는 것이다. 셋째, 평생교육의 6대 영역 중 그동안 실천해온 4가지 영역인 문해교육, 학력보완교육, 인문교양교육, 시민참여교육을 더욱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에 확산하는 데 힘써나갈 계획이다. 민세는 ‘각 길로 한 곳에’를 강조했다. 우리 지역사회 공동체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민관의 지혜가 모아져야 가능하다. 민세아카데미도 목적사업을 늘 공유하며 지방화 시대에 우리 평택이 지속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작은 힘을 보태며 소통과 협력을 꾸준하게 실천해 나가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