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평택초등학부모폴리스연합단 단장
이지혜
평택초등학부모폴리스
연합단 단장

지난 8일 대낮에 대전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인도를 걸어가던 9살 초등학생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어린이의 생명과 안전을 정부와 사회가 지켜줄 수 있다는 신뢰를 무너뜨린 사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린이보호구역이 무엇인가. 초등학교 및 유치원, 어린이집, 학원 등 만 13세 미만 어린이시설 주변도로 중 일정구간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교통안전시설물·도로부속물을 설치해 어린이들의 안전한 통학공간을 확보하여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다. 시장 등은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해당하는 시설의 주변도로 가운데 일정구간을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자동차 등의 통행속도를 시속 30km 이내로 제한할 수 있다. 지정 신청은 관할 지방경찰청장이나 지역 경찰서장에게 할 수 있다.

누구나 학교앞 속도가 시속 30km임은 안다. 다만 속도단속 카메라가 설치된 곳에서는 과태료를 내지 않으려고 이를 준수하지만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는 운전자의 양심에 따라 속도가 좌우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그러다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정부와 지자체는 부랴부랴 속도단속 카메라를 설치하고 횡단보도의 보행자 통행시간을 늘렸다. 반복되는 사고에 지난 2020년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어린이보호구역엔 신호등과 과속 단속카메라 설치가 의무화됐다.

이번 대전 사고를 보면 인도에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 펜스가 없어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상 안전 펜스(방호 울타리)나 볼라드(차량 진입 억제용 말뚝) 등은 행정 규칙에서 정한 임의 시설로 의무적으로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관련 조례와 법안을 살펴보니 권고일 뿐 의무 설치로 규정한 제도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부동산가격과 물가 상승으로 자녀를 키우는 가정 대부분은 맞벌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아침마다 학교 앞은 출근하면서 등교하는 아이들을 데려다주는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런 학교 앞에서 긴 시간동안 안전지도를 하다 보면 불안하고 초조할 때가 정말 많았다.

대전 사고와 같은 음주운전뿐 아니라 차량 결함, 조작 실수로 차량이 인도로 돌진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코로나19로 배달 수요가 늘면서 보도로 질주하는 배달기사가 많아져 사람이 다니는 도로인 보도 또한 안전하다 보기 어렵다.

 

최근 3년간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 사망 부상 1075명
안전펜스 설치 의무화 하고
안전속도 5030 완화 안 돼

국제안전도시 인증까지 받은 평택시는 어떠한가? 정말 안전한가? 도농복합도시여선지 도심지역에서는 안전펜스가 제법 잘 설치된 어린이보호구역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반면 외곽으로 갈수록 찾아보기가 어렵다. 또 이면도로에는 펜스 설치가 불가해 도로 표식 등으로 어린이보호구역임을 강조하고 있으나 상당 수의 지역이 불법주차 등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제 어린이보호구역만이라도 안전펜스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최근 3년간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거나 다친 12세 이하 어린이는 전국에서 1075명에 달한다고 한다.

더불어 정부가 안전속도 5030 제도를 대폭 수정하면서 어린이보호구역 내 운행속도를 탄력 규제하려는 데 우려를 표하고 싶다. 운전자들 입장에서는 환영할 수도 있겠으나 어린이보호구역이 어린이 안전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학부모들은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

최근 국회의원들이 어린이보호구역 내 보행자 안전을 위해 안전펜스 등의 설치를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는 기사를 여럿 보았다. 안전펜스 설치뿐 아니라 어린이보호구역 내 운행속도 탄력 규제에 따른 안전대책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사망사고나 나야 사고 원인을 찾고, 사회적으로 공론화가 되어야만 대책을 마련하는 것인지 깊은 한숨이 나온다. 사람의 안전은 그 어떤 것보다도 최우선이어야 하고 보장되어야 한다. 어린이들이, 학부모들이 안심할 대책이 마련돼 조속히 시행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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