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5일 오늘은 55명이란다. 필자가 작년 진위현길을 시작으로 평택섶길을 다녀본 이래 가장 많은 인원이다. 오늘도 서울, 천안, 안성, 익산 등 각처와 지척 평택에서도 많이 오셨단다. 인원이 많이 움직이는 만큼 조금 늦게 출발하면 어떠랴. 버스는 달려 수도사 시작점에서 먼저 도착한 길벗들과 합류한다. 위원장님의 간단한 인사와 안전사항을 듣고, 남기범 대장님이 준비한 15km 소금뱃길 관절약을 처방받는다. 준비체조라는 약이다. 처방약을 받자마자 단체사진은 햇살들농장에서 찍기로 하고, 대장님의 힘찬 호루라기 소리에 서둘러 길이 시작된다.

지난 21일이 춘분이었다.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이 지나자, 봄 햇살이 겨우내 길게 누워있던 그림자를 점점 더 세우나 보다. 이제 봄기운이 하루하루 짙어진다. 지난주 다갈색 산도를 열어가며 산통 중이던 목련도 요 며칠 사이 하늘못에 고운 꽃을 순산했다.

 

역사와 설움이 담긴 소금뱃길
귀에 잘 담아온 그 이야기를
자식과 지인들에게
두고두고 옮겨야겠다

수도사에서 남양호 강길로 안내하는 좁은 골목길에서부터 매화, 수선화, 민들레 등이 미리 나와 우리 일행을 환영한다. 여러 꽃들에게 인사를 받아서일까. 남양호를 시원하게 직선으로 뻗은 강둑길에 얼굴을 살짝 내민 들꽃과도 눈빛을 나눠본다. 우리 들꽃들은 자세히 보면 알아가는 기쁨이 있다. 스마트폰의 탁월한 접사력을 활용하면 기쁨은 배가 된다. 우리는 길가에 흔하게 피어있는 꽃들 하나하나의 이름을 모르니 통칭하여 들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꽃들마다 이름이 있을 터 이름을 알고 부르는 게 꽃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이름을 알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면 친구가 된다” 하지 않는가.

들꽃 사진 찍는 재미에 빠져 걷다 보니 어느덧 배고픈 길은 햇살들농장으로 빠르게 안내한다. 기업형 농장인 듯 규모가 크다. 넓다란 캠핑장을 지나 식당 문을 넘어서자 냉이를 넣었는지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벌써 후각을 지나 미각을 자극한다. 정성으로 준비한 부페식 만찬에 민들레가 들어가서인지 초록빛 봄내음이 가득하다. 직접 재배한 표고, 느타리 등 여러 버섯류 반찬에 드레싱한 소스의 고소한 맛은 또 어떤가. 어느 분은 "사찰음식을 먹는 듯하다"고 했다. 정성과 생명의식이 깃든 편안한 우리 음식이었다. 냉이와 민들레를 손수 뜯어 음식을 정성으로 준비해주신 박선이 대표님과 우리 섶길 일행들에게 귀한 말씀을 주시고 무지개다리까지 배웅해주신 성재준 교장님에게도 깊은 감사를 보낸다.

유기농 식단으로 기운을 얻고 다시 힘을 내 걷는다. 남양호 큰 물길을 따라 오르면 오를수록 강폭이 점점 좁아진다. 멀리서 보이던 청북 시내가 한 걸음인 듯 지척이다. 섶길 위원장님이 들려주었던 역사와 설움이 담긴 소금뱃길 이야기는 청북면사무소에서 소금뱃길이 끝나듯 끝났다. 귀에 잘 담아온 소금뱃길 이야기를 내 자식과 지인들에게도 두고두고 옮겨야겠다.

 

황의수 평택섶길의 걷기미학에 빠진 섶길인한국사진문학협회 회원강원시조시인협회 회원
황의수 
평택섶길의 걷기미학에 빠진 섶길인
한국사진문학협회 회원
강원시조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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