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러내지 못한 말 한마디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풍우가 되어

사람의 가슴을 쓸어버리는 일은 순간이다

혀의 칼날에 베인 상처는

평생을 가슴 짓무르는 독이 되기도 하는 법

입안에 감춰진 도끼 한 자루

아름드리나무인들 찍어 넘기지 못할까?

힘의 혀 앞에 舌舌 엎드려 기는 사람들도 많은데

혀 한번 잘 써서

태산보다 높은 슬픔도 무너뜨리고

천 냥 빚도 탕감한다는데

 

말 많이 한 날

괜한 후회로 마음은 천근만근이 된 적이 있다

침묵의 한마음을 돌리지 못하고

혀가 돌아가는 대로 나를 맡겨버린 탓

입들은 잎들보다 더 무성한 그늘을 낳았다

마음이 고요한 날

입안의 혀와 내 안의 혀를 살펴본다

향기 나는 말과 독이 깃든 말을 동시에 품고 있다

 

그러나 나는 혀의 주인

어떤 주인이 되어야 하는가를

나의 깊은 마음에게 먼저 물어보아야 하리!

 

최경순 시인 

 

 

 


격월간 <문학광장> 등단
평택문인협회 사무국장
경기문학 문학공로상, 황금찬 문학상 외 다수
시집 <그 생각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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