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우체국 

봄 병이 도졌는지

발길이 우체국 쪽으로 간다

봄 감기는 나무의 동면 세포들이 꿈틀거릴 때마다

한 발짝 먼저 나를 접수하곤 한다

아무래도 양지바른 우체국 담벼락의 목련도

제일 먼저 몸살을 앓고 있을 것이다

어디로 보낼 엽서나 편지 한 통 없이 우체국으로 간다

빨간 우체통을 내려다보며

혹독한 겨울을 겪었을 나무를 생각하니

내 몸살도 봄을 맞이하기 위한 진통이라 위로해본다

노란 봉투에 우표를 붙이고 돌아서는 사람들이

부럽기는 하지만

오늘은 그만 목련만 염탐하고 올 작정이다

목련이 보여주는 봄의 거리를 떠올리며

걸어가는 동안 감기도 잊고 일상도 잊는다

불투명한 미래의 허상에서도 벗어난다

우체국이 가까워지자 심장이 바빠진다

양지바른 담벼락을 바라보니

아! 봄이 맞다

목련이 허공을 향해 입술을 내밀고 있다

나의 봄이 하얗게 깨어나고 있다

 

김복순 시인
김복순 시인

 

 

 

평택문인협회 회장
격월간 <문학광장> 등단
경기도의회 표창장, 평택문학상 외
시집 <목련 우체국>, 가곡작사 ‘너와 나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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