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주
경기도평택교육지원청 교육장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는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공식 인정했다. 선진국으로의 지위 변경에는 국력에 대한 종합평가와 경제, 군사, 문화 분야 등에서 높아진 국제적 위상이 반영되었다.

국력에 대한 종합 평가에서 한국은 2018년에 이미 30-50클럽(국민소득 3만 불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나라)에 가입했다. 얼마 전 미국 주간 뉴스매거진/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리포트는 한국을 '2022년 전 세계 가장 강력한 국가' 6위로 선정했다. 1년 전 8위였던 한국이 이번에는 일본을 8위로 밀어내고 초강대국의 5위권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경제 규모를 보면 2021년 통계로 국내 총생산(GDP)이 세계 10위를 차지했고, 수출 총액은 6400억 달러이며 이는 이탈리아, 캐나다, 브라질, 호주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한국의 군사력은 미국의 세계 군사력 평가단체인 GFP에 따르면 세계 6위로 평가받고 있다. 문화적으로도 우리나라가 전세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나라가 되었다. K-팝,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등에서 세계 문화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그 결과 세계의 수 많은 사람들이 한국어와 한글을 배우기 위하여 밤을 지새우고 있다.

그렇지만 선진국에 오른 한국의 과거 현실은 처절했다. 1964년 1억 불 수출을 기념해 수출의날을 만들었고, 1977년에는 수출 100억 불 달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기념하였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 한국이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것은 뭐니뭐니해도 교육의 기여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문맹율이 1% 미만인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다. 미국은 영어를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이 10%쯤 된다고 한다. 많이 배운 사람일수록 안목이 높아져서 새로운 것을 쉽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생활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노력한다.
 

높은 교육열에 힘 입어 선진국반열
올랐지만 낮은 출산율과 사회적 갈등
등 부정적 요인 많아, 실천적 지성과
통찰력 갖춘 리더 양성해 희망 찾아야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한국의 경제 발전에도 일곱 가지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첫째, ‘엘리트 부패 카르텔’이 지배하는 나라다. 둘째, 출산율이 OECD국가 중 가장 낮은 나라다. 셋째, 물질 만능과 인명 경시 풍조가 도를 넘고 있는 나라다. 넷째, 양극화와 일자리 감소다. 다섯째, 세대, 이념, 지역의 차이에서 빚어지는 사회적 갈등 상황이다. 여섯째,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공동체 문화의 소멸과 전통의 단절이다. 끝으로, 남북의 적대적 대치에 따르는 국민 불안과 국방비 지출 그리고 남북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에 따른 내부 갈등이다.

이제 한국사회는 ‘잘 사는 것’의 의미를 깊이 들여다봐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잘 사는 것이 어찌 부의 축적이라고만 할 수 있겠는가? 부를 축적한 것으로 인류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은 많지 않다. 부자 중에서도 자신의 재산을 다른 사람을 위해 쓴 사람만이 이름을 남긴다. 잘 산다는 것은 물론 부자로 사는 것이지만, 사람으로 태어나서 사람의 도리를 다하고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 교육은 물질적으로 잘 사는 사람이 아니라 ‘건강한 정신으로 사람의 도리를 다하는 사람’을 기르는데 그 목표를 두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네 가지 교육 방향이 필요하다. 첫째, 배움을 실천하는 교육이다. 둘째, 학력보다는 능력을 길러주는 학교 교육이다. 셋째, 관계성 회복이다. 마지막은 새로운 가치판단의 기준 확립이다. 한국은 실천하는 지성인과 시대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가진 리더가 많아야 한다. 앞으로는 우리 학교 교육이 이런 지성인과 리더를 기르는 일에 모든 힘을 쏟아야 희망이 있는 나라가 된다.

 

※ 이 글은 1월 27일 평택대학교 제3국제관 e컨버전스홀에서 평택대학교·경기도평택교육지원청·시민사회재단 공동주최로 열린 제8차 인간적세계화포럼 기조강연에서 이용주 경기도평택교육지원청 교육장이 오랜 기간 교육자로 살아온 자신의 교육철학을 담아 발표한 내용을 요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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