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하얀 눈 수북이 쌓여 햇살에 말려지고
벽 귀퉁이에 꼬부라진 쑥부쟁이가
집안의 안녕을 빌고 빌던 곳
봄이면
어린 쑥이며 취나물 고사리가
봄볕을 끌어들이던 곳
여름이면
완두콩 강낭콩이 수북이 쌓이고
콜꼬투리가 마당의 모깃불에 던져지던 곳
가을이면
수탉이 흘리고 간 달기똥이
뿌연 먼지 속 햇살에 말라가던 곳
처마 밑
대바구니 속 보리밥
바람에 그네를 타던 곳
말간 눈동자의 바둑이가
마루 밑에서 살랑살랑 꼬리를 친다
* * *
진위천의 가을
푸르른 산자락에 붉은 옷 입힌 가을바람이
이리로 흔들 저리로 흔들
진위천 억새에 몸을 실었다
바람은 눈이 부시게
은발의 억새를 춤추게 하네
가을바람을 춤추게 하네
푸르른 평택평야 황금빛으로 물들인 저 태양
이리로 출렁 저리로 출렁
진위천 물결에 몸을 실었다
햇살은 눈이 부시게
물결을 따라 춤을 추고 있네
가을 햇살은 춤을 추고 있네
은발의 멋쟁이는 진위천 둔덕에서
건들건들 춤을 추고
금발의 멋쟁이는 진위천 수면에서
꿀렁꿀렁 노래하네
건들건들 춤추고
꿀렁꿀렁 노래하는 진위천의 가을이네
계간 한국작가 등단
평택문인협회 사무차장
경기도 문학상 문학공로상
평택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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