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천사빈 시인
배냇저고리
옷장 정리를 하다가
손끝에 전해지는 어여쁜 감촉
딸아이 노란색 배냇저고리
세상에 나와 처음 걸친 옷
그 안에서 꼬물거리던 생명
잠투정 받아주느라 밤잠 설쳐도
방글방글 웃는 배냇짓에
피곤함이 녹아내리고
젖과 침으로 얼룩진
배냇저고리 앞섶
갓 태어난 아기를 품에 안듯
조물조물 손빨래해서
포근한 햇살 가득 들어오는
창가에 널어두면
너울너울 나비가 춤추며 간다.
* * *
복점(福點)
삼신할미가 주신 점이라고
복점이라고
엄마는
내 등의 아메바 모양 점을 볼 때마다
얼굴 가득 흡족한 미소를 지으셨다
게다가 얼굴이나 목이 아닌
등에 있는 건
더욱 큰 복이라며
함부로 보여주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인복, 먹을 복, 돈복을 누리며
지금까지 잘살고 있는 걸 보면
정말 복점이 맞나보다.
2020년 8월 문예종합 계간지
<연인>으로 등단
2020년 12월 (연인>
시부문 신인상 수상
평택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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