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변호사의 생생법률 33
Q. 11월 어느 날 밤 10시경 여고생 B양은 한 아파트의 놀이터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A씨가 위 통화하고 있는 B양의 뒤로 몰래 다가가 피해자 B양을 향한 자세로 소변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B양은 당시 누군가가 뒤에서 소변을 본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B양은 당시 옷을 두껍게 입고 있었고 추워서 소변 냄새도 맡지 못하였다가 집에 가서 보니 옷과 머리카락이 조금 젖어 있고 냄새를 맡아 보니 소변 냄새가 나자 누군가가 뒤에 있다가 소변을 본 것으로 생각하여 경찰에 신고하였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소변을 본 사람은 A씨로 밝혀졌는데 A씨를 처벌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 “피해자가 몰랐어도 유죄
피해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 침해”
사법고시 45회
사법연수원 35기
전) 서울북부지검 수석검사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평택법원 앞 성진빌딩 302호
☏ 031-652-0012
A. 위 사례는 지난해 대법원에서 선고된 판결의 사례를 구성해본 것입니다. 검찰에서는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하였습니다. A씨가 자신의 성기를 드러내어 피해자 B양을 향해 소변을 본 것은 추행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런데 1심과 2심 법원에서는 피해자 B양에게 더럽다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였을 뿐 성적인 자기결정의 자유가 침해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파기하여 강제추행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A씨는 처음 보는 피해자 B양의 뒤로 몰래 접근해 성기를 드러내고 B양을 향한 자세에서 피해자의 등 쪽으로 소변을 보았는데, 이는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추행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또 그러한 객관적인 추행 행위가 있었다면 그 행위의 대상이 된 피해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은 침해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행위 당시에 피해자가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해서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객관적 추행 행위에 해당하는지는 피해자의 의사, 나이,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의 태양, 행위 당시 상황과 시대의 도덕적 성적 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해야 하며 성적 수치심이라는 것은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만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어 피해 대상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반드시 실제로 느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사례를 정리하여 보면 A씨는 B양과 전혀 알지 못하던 사이이고, 몰래 B양의 등뒤로 다가가 성기를 꺼내어 소변을 본 행동은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일반적으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이므로 일단 객관적인 추행 행위에는 해당하며 그러한 행위가 있었다면 피해자 B양이 이를 인식하지 못하였어도 A씨의 추행 혐의는 인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A씨는 강제추행죄로 처벌받게 됩니다. 강제추행죄는 추행 정도와 피해자와의 합의, 범죄 전력 등을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처벌의 정도가 정해집니다. 이러한 추행 관련 쟁점을 참고하시고 관련 문제가 있을 경우 전문가와 상담하여 대처하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