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읽기

이정숙 지역아동센터 평택시 협의회장 

 

종사자 호봉제 실시 앞두고 평택시가

지원해 오던 추가 운영비의 90% 삭감 예정

한달 프로그램비 고작 970원으로

제대로된 아동복지서비스 제공 불가

 

 

이정숙 지역아동센터 평택시 협의회장 
이정숙 
지역아동센터 평택시 협의회장 

점심시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1학년 O O이는 벌써 센터에 왔다. 사회복지사는 법적으로 보장된 휴식시간이지만 이용 아동의 등원이 시작된 만큼 아이들과 생활을 시작한다.

한 명씩 아동들이 센터에 오게 되고, 학습지도, 프로그램연계, 아동 상담, 보호자 상담, 사례 관리등을 하다 보면 어느덧 저녁 급식 시간이 된다. 저녁 급식을 먹이고 아동들마다 시간 차이를 두고 집으로 보낸다. 그러다 보면 책상에 앉아 하루 행정업무를 하는 시간은 오후 6시30분이 넘는 시간이다. 당연히 퇴근시간인 오후 7시를 넘기는 것이 예사다.

코로나19가 왕성하던 때 학교도 문을 닫고 아동들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지역아동센터는 아동들을 돌보고, 도시락을 만들어 지원했다. 온라인 학습을 돌봐 주고, 가정방문을 통하여 아동들을 모니터링하면서 센터에서 돌봄을 하는 아동들이 최대한 균형 있게 성장하도록 도왔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사회성 발달의 부재와 학습결손과 정서적 불안이 생기지 않도록 아동들을 돌봐왔다.

지역아동센터는 2004년 법제화되기 이전부터 공부방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굶는 아이들에게 따스한 밥이라도 먹여보자는 마음으로 시작된 공부방은 밥을 먹이다 보니 학습과 가정의 어려움, 아동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사각지대를 돌보게 되고 어느덧 저소득 가정의 아동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두 번째 가정이 되었다. 아동복지 서비스 전달체계로서 가장 현장에 밀접해 있는 사회적 공공재가 되었다.

그렇게 열심히 20년 넘게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해 온 시설들이 평택시에 37개소가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오직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위해 버텨왔고, 욕심 없이 달려왔다. 급여는 최저임금을 벗어날 정도로 받아오면서 견뎌 온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이다.

이제 경기도에서 지역아동센터 호봉제를 실시한다고 한다. 호봉제가 되니 그동안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원칙을 무색하게 했던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에겐 한 줄기 빛이다. 그러나 호봉제 내용은 이렇다. 센터장은 과장급으로 경력 70%만 인정하고 사회복지사들은 평생 진급이 없는 만년 사회복지사로 사회복지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겠다고 한다. 여기에 더하여 평택시는 그동안 지역아동센터 운영이 열악하여 지원하던 추가 운영비를 90% 삭감하겠다고 한다.

이 경우 동 지역에 위치한 30인 이상 시설의 월 운영사례를 살펴보자. 2023년 운영비와 사업비를 합한 정부 보조금은 월 140만7000원이다. 여기에 평택시 추가 운영비 21만1000원을 합한 161만8000원이 보조금 수입이다. 지출 내역은 냉난방비와 통신비, 전기세등 공공요금과 사무용품비 등 수용비 및 수수료, 차량비 등 필수적 지출 경비가 약 94만원 정도 된다. 필수적 경비를 제외한 나머지 67만8000원이 아동들을 위한 사업비인 프로그램비다. 35명 아동들이 월 20일 센터를 이용한다고 한다면, 1인당 월 프로그램비는 약 970원이다.

평택시가 예상대로 진행할 경우 우리 아이들에게 월 970원 어치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게 된다. 한 달에 천원도 되지 않는 금액으로 종합적인 아동복지서비스를 제공하라는 것을 어찌 받아들여야 하는가? 지역아동센터 종사자에 대한 처우를 보장하고 센터를 이용하고 있는 아동들의 서비스 질이 저하되지 않도록 턱없이 부족하여 지원하던 추가 운영비 삭감을 멈출 것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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