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해야할 일 혼자 하다가

배합기에 끼어 안타깝게 숨져

사고 기계엔 안전장치 전무

 

다음날엔 사고현장 옆에서

동료직원들 근무하게 해놓고

그런 적 없다는 거짓말까지

고용노동부, 수사전담팀 구성

파리바게뜨공동행동과 화섬식품노조는 17일 SPL평택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원인조사와 경영책임자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파리바게뜨공동행동과 화섬식품노조는 17일 SPL평택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원인조사와 경영책임자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우리나라 유명 제빵 프랜차이즈인 SPC그룹 계열사인 SPL평택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후 사측의 총체적 관리·감독 부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우리 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10월 15일 오전 6시쯤 평택시 추팔산업단지에 있는 SPC그룹 계열 SPL평택공장에서 여성노동자 A씨(23)가 샌드위치 소스를 배합하는 교반기에서 작업 중 목숨을 잃었다. 교반기 작업은 2인1조로 해야 했지만 사고 당시 A씨는 혼자 일하다가 높이 1.5m의 기기 입구에 상반신이 빨려들어가 목숨을 잃었다.

사고가 난 교반기는 끼임이 감지되면 작업을 멈추는 자동방호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사고 위험이 높으니 안전펜스라도 설치해달라는 직원들의 요구도 사측이 묵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사고에도 사측의 태도는 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에 따르면 노동부가 사고가 발생한 뒤 교반기 9대 중 자동방호장치가 없는 7대에만 작업중지를 내리자 회사는 다음날 남은 2대로 공장을 가동했다. 강규혁 SPL지회장은 “관리자들이 전화를 걸어 출근을 종용하고 사고 현장만 봉쇄하면 상관없다고 한 것을 확인했다”며 “사고 직후 선혈이 보이는 현장에서 빵을 만들라고 하다니, 회사가 우리를 기계로 보는 것 같다”고 분개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어떤 노력도 찾아보기 힘든 ‘예견된 인재’라며 철저한 원인조사와 경영책임자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파리바게뜨공동행동과 화섬식품노조는 17일 SPL평택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견된 사고로 20대 청년이 황망하게 생을 마감했다”며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이번 중대재해에 대해 철저한 원인 조사를 통해 경영자에게 책임을 물어여 한다”고 밝혔다.

강규혁 SPL지회장은 “지난 7일에도 공장에서 일하던 계약직 노동자가 기계에 손이 끼는 사고가 일어났다”며 “노동자에 대한 치료보다는 관리자의 질타가 30분간 이어졌고 사측은 아무런 안전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 단체는 산업재해와 관련해 각종 안전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하는 요구서를 사측에 전달했다.

이처럼 안전체계가 미흡한데도 공공기관의 인증이 무분별하게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다. 17일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입수한 산업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SPL 평택공장은 업무상 재해 중 40.5%가 끼임 사고였지만 끼임 사고 방지 장치(인터록) 설치 여부를 심사받지 않고 안전 인증을 받았다. SPL 평택공장은 2020년 정부의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으로도 선정돼 최근 3년간 고용노동부의 정기근로감독도 면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정확한 사고 경위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가 없었는지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고용노동부는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면 신속히 관련자를 입건하겠다고 밝혔다.

SPC그룹은 17일 오전 허영인 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회사는 관계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며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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