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읽기
평택시 청북읍 주무관
주말 저녁 서울에서 평택으로 내려오는 기차와 버스 좌석을 예매하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적어도 2일 전에는 미리 예매를 해놔야 좌석을 잡을 수가 있고 당일까지도 표를 구하지 못하면 수시로 예매 사이트를 새로고침하며 취소 자리가 나왔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이렇듯 매주 많은 평택 사람들이 서울로 향하고 있다. 물론 그 사람들 모두가 문화 생활을 즐기러 서울에 가는 건 아니겠지만, 유명한 전시를 보러 가려면 무조건 서울에 가야 하는 건 맞다. 왜 평택에서는 수준 높은 문화 생활을 즐기기 어려운 걸까? 나는 그 답이 공간의 부재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평택에는 박물관이 없다. 2022년 9월 30일 금요일, 비전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제1회 평택박물관 포럼이 열렸다. ‘MUSEUM 건축의 특성과 설계’라는 주제로 진행된 국립중앙박물관의 자문위원이자 ISP 건축사 사무소의 고민규 대표의 강연이었다.
2026년 개관 예정인 평택박물관이
평택의 뿌리를 소개하고 평택에
대해 배우고, 유익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이날 강연에서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박물관의 역할 변화에 관한 부분이었다. 과거에는 박물관이 유물 수집, 전시 등 교육시설로서의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현대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해 볼 수있는 복합 문화 시설로의 역할이 중요시되는 추세다. 이를 위해 박물관은 창의적인 콘텐츠를 기획하고 주기적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민에게 제공하여 한 번 오고 마는 박물관이 아닌, 지속적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박물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박물관 전시 기법에 있어서도 전문가 위주의 전시에서 일반 대중들이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문화의 전시기법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함을 강조했다. 맞다, 이게 바로 내가 평택에 늘 바라던 부분이었다. 굳이 서울까지 가지 않아도 다양한 전시를 즐기고 수준 있는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 ‘한번 구경이나 해볼까’ 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방문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밌어서 다음을 기대하게 되는 그런 공간, 마지막으로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 평택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그런 유익한 공간을 바랐다.
나는 평택이 과거에는 경기도가 아닌 충청도에 속해 있었다는 걸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평택에 30년 가까이 살고 있어 나름 토박이라고 자부했었는데 사실은 평택에 대해 잘 모른다.
내가 알고 있는 평택의 역사들은 주변 어른 분들로부터 전해 듣거나 뉴스를 통해서 알게 된 내용들이고 체계적으로 정리된 자료들을 보며 제대로 배울 기회는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특히 전입 온 사람이 왜 평택을 평택, 안중, 송탄으로 구분지어 말하는지 알기 어렵다.
최근 들어 평택으로의 인구 유입이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고 있는데 평택에서 새로이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게 될 사람들에게 평택의 뿌리를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2026년 평택박물관이 개관됨으로써 이런 부재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나아가 평택 박물관은 아지트가 되면 좋겠다. 평택에 대해 배우며 애정을 쌓고, 휴식을 얻고, 유익한 문화 생활을 통해 삶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그래서 사람들이 평택에 뿌리를 더 깊게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런 공간이 되길 바란다.
이번 포럼을 통해 내가 원하는 평택 박물관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장차 평택 시민들의 아지트가 될 평택 박물관의 미래를 그려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