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쇠바랭이*

 

가난한 이들과 오종종

기도하는 재미로 세월을 보내며

고구마 심고 고추나 심으며

돌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이를 드러내 웃는

쇠바랭이 풋내가 물씬 나는

누이는

 

양철 물통에

바지게 작대기를 꽂고

둘이서 물을 길어 올 때

힘겨운 마찻길에

쉬엄쉬엄 피어난

쇠바랭이

한 꼭지 뽑아서 씹어보면

누이처럼 풋내가 났다

 

그 나이 즘엔

책보자기 메고

단발머리 나폴대며

동무들과 고무줄놀이 신났었을 걸

부엌데기로 불 지피며

어미 노릇을 했지

 

짓밟을수록

뿌리를 깊이 두는지

그럭저럭 나이를 먹고

뒤늦은 인생작업

세상을 요만큼 알면서

가난한 자들의 아픔을 같이하고

불편한 사람들을 알아채는

초라한 성전의 삶을

환하게 기뻐하고 있다

 

거기에 가면

모두가 쇠바랭이가 된다

쇠바랭이 풋내가 진동한다

고통을 삶으로 삼는

쇠바랭이의 기쁨을 알게 된다

아련한 사진 한 장 너머

쇠바랭이 퍼런 물이 들었다

누이는

 

*길가에 흔히 자라는 화본과의 한해살이풀. 왕바랭이

 

한도숙 ​​​​​​​시인​​​​​​​​​​​​​​ 전국농민회 총연맹 고문전 전국농민회 총연맹 의장평택문학회 초대회장시집 저서
한도숙 시인
​​​​​​​ 
전국농민회 총연맹 고문
전 전국농민회 총연맹 의장
평택문학회 초대회장
시집 <며느리밑씻개>
<개불알풀꽃>
저서 <농사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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