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우람한 나무는
흐르는 살결을 손님에게 내준다
고혹한 눈길
마당을 지나 새로운 길을 만난다
살금살금 지나는 고양이
배고파 끙끙 앓던 옆집 멍멍이
깃털 예쁜 이름 모를 새
의심 많던 동네 참새
풀밭 한 점 낟알도 놓치지 않는다
사람과 동물 서로 서로 낯설다
서로 다른 언어로 언제까지 부를까
울타리가 무너진 후
바람은 시시각각 춤춘다
아늑하던 저녁연기
푸른 밤 높이 높이 날아 올라
부끄러워 농부의 하늘을 덮곤 했지
굽은 허리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발길이 무거워 보인다
노부부의 집은 굳건한데
바람만 스쳐간다
어쩌다 누구 없어요?
환청만 들리는 듯하다
* * *
행복이 뭘까
이글거리는 아스팔트 위를 걷는다
시골길로 접어든다
호수 양쪽 꼬불꼬불한 산길
날아가던 새
나뭇가지에 앉아
작은 열매 톡톡 쫀다
간간이 재잘거리며
물끄러미 저 멀리 시선을 두기도
갑자기 생각이 달라졌는지
거칠게 먹이를 다룬다
어디서 순식간에
우아하고 덩치 큰 새 날아든다
제 몸무게에 못 이겨 휘청거리며
나뭇가지 가까스로 붙들어 관조한다
작은 새 흔적 없이 날아가고
큰 새 우두커니 울음만 쏟아 낸다
평택문인협회 회원
평택아동문학회 회원
시원문학 동인
음성 감곡초교 수석교사
극동대 겸임교수
시집 <간판을 읽어봐>,
동시집 <수다쟁이 보고서>
평택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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