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하늘엔 하루에도 이미 전투기와
헬기 수십대가 오르내리는데 국제공항을
평택에 유치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환경문제를 진정 고민해 보았는지
평택평화센터
얼마 전, 환경 파괴로 인한 인류 멸망을 묘사한 영화 ‘퍼스트 리폼드’를 보았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Will God forgive us?"(하나님이 우릴 용서해주실까요?)이다. 영화가 끝나고 깊은 사유에 빠졌다. 우리에게 다가올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전 지구적으로 계속되는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 장마, 이상 기후들. 코로나19 팬데믹까지. 영화평론가의 말처럼 “우리는 지구의 남은 수명에 관한 구체적 수치를 받아든 최초의 시대이다.”
새만금국제공항 반대 국민소송인단에 참여했다. 기후변화의 피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지구촌 어디에도 없기 때문에 뭐라도 해야 한다는 다급한 마음에 참여했다. 비행기는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교통수단이기도 하고 공항 건설을 위해 많은 갯벌과 습지, 자연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Flygskam(플뤽스캄)’. “비행기를 타는 것에 수치스러움을 느낀다”는 뜻의 스웨덴어다. 비행기를 탄 승객 1명이 1㎞를 이동할 때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자동차의 3배, 기차의 30~50배다. 플뤽스캄은 이처럼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환경을 파괴하는 비행기를 타지 말자는 단어이자 문화 현상이다.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와 130여 나라 청소년 160만여 명이 비행기 타기 반대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작년과 올해, 하늘이 유독 깨끗해진 이유다. 기후위기 시대, 플뤽스캄은 세계적 흐름이다.
이런 기후위기에서도 평택은 여전히 개발이 한창이다. 평택국제공항유치 움직임도 마찬가지. 개발만 된다면 반드시 경제 발전이 뒤따라온다고 생각하는 이분법 사고의 결과다. 개발만 된다면 고갈되지 않는 풍요로운 세계(경제 활성화)가 보장된다고. 즐겁고 풍요롭고 한계가 없는 세상(삶의 질 향상)이 온다고. 환경이니 미래니 결과 따위(신규산업 증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외친다. 기후위기 시대에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주장하는 개발과 발전에는 환경에 미치는 손실을 계산에 넣지 않는다는 것. 환경문제로 피해를 보는 개개인의 손실을 외면하고 배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택은, 현재 환경문제의 주범으로 알려진 군사기지가 두 곳이나 있다.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전투기와 헬기가 하루에도 수십 대가 평택 하늘을 오르내린다. 대규모 산업단지는 점점 늘어나고 사람 사는 도시에서 찾아볼 수 없는 화력발전소도 세 곳이나 들어섰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환경 문제를 일으킬 많은 요소가 이미 평택에 들어와 있다. 거기에 더하여 국제공항 유치까지 정말이지 출구 없는 미래다. 환경문제가 아니더라도 한반도엔 군용 활주로를 제외하고 이미 8개의 국제공항과 7개의 국내공항이 있다. 그 중 10개는 이용하는 이가 적어 적자에 허덕인다. 포화 상태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시대, 기후변화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깊이 사유하고 공부해야 할 때가 도래했다. 이제라도 우리는 무언가를 하려고 했던 의지 ‘섬싱(something)’을 버리는 것, 그리고 자연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더 이상의 개발을 하지 않는 ‘낫싱(nothing)’을 시작해야 한다. 재난이 자기 턱밑에 왔는데도 자본(기득권층)은 개발과 발전을 논할 것인가. 인간은 자연의 일부다. 자연이 파괴되면 문명도 파국을 맞는다. 다시, 영화의 마지막 장면으로 돌아가 보자. 환경 파괴의 주범인 인간을 “하나님이 용서해주실까요?” … (종교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어쩌면 이 질문만이 유일한 구원일지 모르겠다. 질문을 위한 고민이 앞날을 사유한다는 뜻이므로.
※ 외부필자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