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탄약고 반환은 평택 발전의 새로운 분수령 될 것
고덕신도시 개발 가로막아
도로·학교 등 건설에 차질
평화 상징 문화공원 조성
평택시민 자긍심 높이고
도시 정체성 제고할 계기
18일 출범 기자회견 열고
범시민서명운동 등 전개
“송탄에서 20년 넘게 살다 고덕신도시에 자리 잡은 지 올해로 3년째입니다. 아파트만 있고 도로·학교·생활편의시설 등 모든 것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주위 사람들과 살기 좋은 고덕신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번번히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바로 알파탄약고 때문이었지요.”
알파탄약고는 1950년대 중반 고덕면에 세워진 약 28만㎡ 규모의 미공군군사시설이다. 1999년 주한미군이 제안한 기지 통폐합 관련 연합토지 관리계획(LPP)에 따라 2008년부터 반환될 예정이었지만 평택 미군기지 이전 계획과 맞물리며 대체 탄약고 건설이 늦어져 반환이 수차례 연기됐다. 이에 따라 고덕신도시 개발계획이 차질을 빚어 5000여 가구의 공동주택과 이주자택지 등은 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상헌(52) 고덕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알파문화예술공원추진위원회, 고덕국제신도시총연합회와 함께 고덕신도시 내 알파탄약고 반환 범시민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그를 만나 고덕동 초대 주민자치위원장으로서 알파탄약고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고자 하는지와 고덕신도시 발전을 위해 LH·평택시에 무엇을 바라는지 솔직한 속내를 들어보았다.
고덕동 초대 주민자치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고덕동 주민자치위는 지역사회와 행정기관인 평택시와 함께하는 조직이니 그 의미가 남다르다. 3년 전 고덕신도시로 입주할 당시를 돌이켜보면 고덕신도시는 출생 신고가 안 된 아이와 같았다. 분명 사람들이 살고는 있는데 특정하게 어디에 소속돼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입주예정자들이 고덕신도시를 살기 좋은 동네로 한번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고덕총연을 만들었지만 문제가 생기면 어디를 찾아가야 할지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막막했다. 그런 어려움 끝에 고덕신도시를 관할하는 고덕동이라는 행정구역이 생기고 지역발전을 위해 주민이 참여하는 주민자치위원회도 생겼다. 고덕신도시가 이제야 출생신고를 마쳤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수년간 고덕총연이 고덕신도시 문제 해결에 앞장서왔다. 고덕동 주민자치위가 생기면서 어떤 변화가 있는가.
주민자치위는 고덕신도시 주민과 여러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취합해 평택시·LH 등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소통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고덕총연의 경우 고덕신도시 입주자들, 입주예정자들이 참여하고 그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데 힘써왔지만 시민단체이다 보니 평택시나 LH에 공문을 보내도 바로 소통하기가 어려웠다. 달라진 점이 평택지역의 여러 읍면동과 교류할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고덕신도시는 다른 지역에서 유입된 주민이 대부분이어서 지역과의 연계가 약한 편이다. 그러다 보니 고덕신도시 주민들이 제기한 문제가 지역사회에서 공감을 얻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여러 주민자치위와 교류하고 그 폭을 넓혀 고덕신도시 주민들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는 데 힘쓸 생각이다.
이상헌 위원장은 송탄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고덕신도시에 입주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지역사회와 연대하기 쉽지 않았던 건가.
고덕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원도심과 신도시 간 갈등은 불거질 수밖에 없었다. 고덕신도시 개발계획을 보면 평택시청, 평화예술의전당, 중앙도서관, 평택박물관, 함박산문화공원, 국제학교 등이 예정돼 있다. 당연히 기존 원도심 주민들은 좋은 시설이 고덕신도시에 집중되고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
고덕신도시 주민과 기존 원도심 주민이 교류하기에 거리도 멀고 교통도 불편했다. 서로 교류하지 않고 시간이 흐르다 보니 갈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원도심와 신도시 간 균형발전이 주요 선거 공약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고덕동에 와보면 개발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고 국제신도시라고 하기에는 정말 문제가 많구나를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고덕신도시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지.
3단계 개발지역에 있는 알파탄약고다. 탄약고가 군사시설이다 보니 3단계 개발지역은 물론 인근 2단계 개발지역까지 뭘 할 수가 없다. 인구는 점점 늘고 있는데 도로를 못 뚫고 학교를 못 짓는다. 현재 모든 차량이 고덕신도시 중심을 관통하는 고덕국제대로에 몰려 교통 정체가 극심하다. 알파탄약고 때문에 차량이 돌아갈 우회도로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현재 아파트 3000세대의 초등학생 전원이 종덕초등학교로 배정되고 있다. 학교와 가까운 고덕파라곤·자연앤자이를 제외하면 1~1.6㎞를 걸어 통학해야 한다. 어린이들이 왕복 10차선 도로를 건너야 해서 통학 안전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금호어울림스퀘어의 경우 종덕초까지 어른 걸음으로도 30분 넘게 걸린다. 지난해 수년간 미뤄져왔던 고덕4초 신설이 교육부 정기 2차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했다. 그런데 조건이 2024년 9월 개교 6개월 이전까지 주한미군 알파탄약고 일원 군사보호구역 해제다. 2년 내에 알파탄약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아이들이 다닐 학교가 개교하지 못하게 된다는 의미다.
지난해 초등학교 신설 때문에 알파탄약고 반환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미군과 국방부는 이르면 2021년 말, 늦어도 2022년 상반기에는 반환 문제를 매듭 짓겠다고 한 걸로 기억한다.
최근 홍기원·유의동 국회의원을 만나 확인해 봤지만 반환 시기·계획 등에 관해 명확하게 들을 수 없었다. 국방부가 대체 탄약고를 완공하고 올해 하반기에 이전하는 방안을 주한미군 측과 협의하고 있다는데 뚜렷한 결과가 도출되지 않은 상태라 알고 있다.
사실 고덕신도시 개발과 알파탄약고 이전 추진을 위한 ‘한미특별합동실무단’이 지난해 구성돼 이전 시기·계획 등을 논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7월에 예정됐던 회의조차 연기됐다고 하니 마냥 손놓고 기다려서는 안 되겠구나 하고 강한 깨달음이 있었다.
그런 과정에서 알파탄약고 이전 비상대책위원회가 결성된 것인가.
2년 전부터 알파문화공원추진위원회 황우갑 사무국장과 교류하며 고덕신도시만이 아닌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알파탄약고 반환 범시민운동으로 추진할 필요성을 느껴왔고 비로소 결실을 맺게 됐다. 고덕국제신도시총연합회, 알파문화공원추진위원회 그리고 고덕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의기투합해 비대위를 꾸리게 됐다. 8월 18일 평택시청에서 비대위 출범 기자회견을 열어 알파탄약고 반환운동의 취지와 중요성을 지역사회에 널리 알리고 범국민서명운동 등을 전개할 계획이다.
알파탄약고 반환 필요성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현재 알파탄약고 반환 필요성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고덕신도시 내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군사시설인 탄약고가 그대로 존치한다면 많은 주민이 이곳을 우회하고 개발을 할 수 없어 불편이 클 수밖에 없다. 신도시 안에 탄약고가 있다 보니 입주민이 느끼는 불안감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군사시설로 인해 평택의 핵심지역이 되어야 할 고덕신도시 개발이 지연된다면 평택시 미래 도시계획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도시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다.
둘째, 평택은 대한민국 국방을 위해 주민들의 희생과 양보 속에 국내 대부분의 미군기지가 이전된 곳이다. 미군기지로 수백만평의 토지를 내놓은 지역인데 공여지로서 그 수명이 다한 미군기지는 지역 정서를 고려해 우선 반환할 필요가 있다.
셋째, 알파탄약고는 군사시설이기 때문에 평화를 상징하는 문화예술관광 공간이 될 수 있다. 알파탄약고는 여러 개의 탄약고 동뿐 아니라 탄약고를 둘러싼 철조망조차도 기억을 담고 있는 근대문화유산이다. 공간문화재생을 통해 이곳을 평택 대표 명소로 탈바꿈시킨다면 평택시민은 물론 미군들에게도 남다른 의미를 지니게 돼 평화의 공간, 교류의 공간이 될 것이다.
이처럼 알파탄약고 반환과 알파문화공원 조성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평택 발전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것이다. 고덕신도시의 원활한 개발에서 그치지 않고 평택을 대표하고 평화를 상징하는 문화공간으로서 평택시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도시의 정체성을 제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고덕신도시 주민들은 알파탄약고 문화공원에 관해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주민 대부분이 문화공원 조성을 찬성한다. 처음에는 알파탄약고가 뭔지 그 의미를 몰랐다. 70여 년의 역사를 지닌 근대문화유산인 데다 보기 드문 군사유산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크다. 탄약고 주변에 수 십년간 잘 보존된 숲이 있어 생태적 가치도 훌륭하다. 하루빨리 알파탄약고가 반환돼 평택의 근대역사문화를 담는 평화를 상징하는 문화공원이 조성되기를 바란다.
추가로 알파탄약고 문화공원이 조성되면 고덕동과 원도심이 하나로 융화되는 축제를 개최하면 어떨까 구상하고 있다. 모든 평택시민이 손뼉치고 즐거워하면서 교류하는 장을 마련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LH나 평택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고덕신도시가 문화·교육·체육 등 모든 분야에서 조화로운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LH와 평택시가 해야 할 일이 많다. LH는 14만명 살아갈 남부권 중심이자 미군과 삼성전자가 조화를 이룰 고덕국제신도시를 만든다는 책임감을 갖고 도시 조성에 임했으면 한다. LH가 조성을 마치고 떠나면 고덕신도시의 문제는 평택시가 해결해야 한다. 조성 과정에서 찬찬히 살피고 미리 대처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뒤늦게 문제가 터진다면 호미로 막을 것으로 가래로도 못 막게 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LH와 평택시가 과거 신도시 개발 과정의 문제점을 미리 파악하고 모범사례를 발굴하는 등 더욱 적극적인 행정 서비스를 제공해주길 바란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