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

간장으로 삭힌 고추를 베어 무는데
사정없는 매운맛이 혓바닥이 얼얼하도록 쏘아댄다
작다고 얕본 판단을 비웃기라도 하듯
독한 본성을 사정없이 드러낸다 
물컹한 나의 성품을 일깨우듯
제대로 된 통각을 맛보게 해주는 것 같다 
몸은 노랗게 잘 삭았어도 성깔만은 그대로다

지독히 매운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사람에게도 맛이 있다는 것을 안 것은
오래전의 일이지만
나는 성품이 순한 사람을 가까이 하고 싶다
매운 사람에게는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경계심을 어쩌지 못한다
내 가슴 한 귀퉁이 후미진 곳에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나만의 매운맛이 저장되어 있음을 부인하지도 못한다
그것은 나에게만 적용되는 나의 매운맛
옳고 그름을 분간하지 못하는 또 다른 나를 만나면
그 매운맛을 톡톡히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나를 길들여야 함을 잘 알고 있다

 

가뭄

가뭄이 들어 비가 오지 않는 까닭은 
환경오염 때문만은 아니다
황사 때문이라고
대기오염 때문이라고
기상이변 때문이라고
사람들은 분분히 의견을 말하지만
정작은 사람들 마음에 가뭄이 들어
눈물을 흘리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 마음에 가뭄이 든 이유는 
눈물을 흘리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람들은 바빠서 눈물을 흘릴 시간이 없다고 
눈물을 흘릴 시간이 없다고들 하지만
사실은 아무런 감정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감정과 감동이 발현하지 않는다는 것은 
물기 없는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과 같은 것
오늘같이 두툼한 먹구름이 낀 하늘을 보면
비라도 흠뻑 쏟아졌으면
눈물이라도 펑펑 쏟아졌으면......

가뭄이 만든 마음일까?

원유희 시인한경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졸업월간『문학공간 등단』 평택문인협회 회원문예학습지도사입시학원 국어강사
원유희 시인한경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졸업월간『문학공간 등단』
평택문인협회회원
문예학습지도사입시학원
국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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