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세혁 교수평택대 국제무역행정학과
진세혁 교수평택대 국제무역행정학과

지난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졌다. 전국에서 17개 광역자치단체장과 226개 기초자치단체장이 선출되었다. 광역의회인 시·도의회 의원은 872명, 기초의회인 구·시·군 의회 의원은 2988명이 선출되었다. 교육자치가 실시되고 있으므로 17명의 교육감과 5명의 교육의원(제주특별자치도)이 선출되었다. 7월 1부터 4년의 임기가 시작된다.

1960년 5.16으로 중단된 지방의회는 1991년 부활되었지만 지방의원과 더불어 단체장을 직접 주민의 손으로 선출한 것은 1995년부터이므로 이때부터 전국동시지방선거라는 명칭을 붙여 사용하고 있다. 1995년 선거에서 선출된 이들의 임기는 3년이었다. 이는 국회의원 선거와의 시차를 2년으로 하기 위함이었다.

1995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살림꾼’론이 대두되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김영삼대통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선거를 마치 정치하는 사람을 뽑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으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지방선거는 지방의 살림살이를 맡을 일꾼을 뽑는 것이다”라는 언급을 계속한 바 있다. `정치꾼'이 아닌 `살림꾼' `일꾼'을 뽑아줄 것을 강하게 언급한 것이다.

당시 집권당이었던 민주자유당도 광역 및 기초단체장 후보의 경우 공천기준으로 주민자치. 생활자치를 실천할 수 있는 살림꾼으로서 지역 대표적 인사, 경영능력 및 전문적 지식을 갖춘 사람, 정책개발 및 입안능력과 추진력이 있는 사람을 제시하였다.

지방자치 초기 지방정치 불신 커
지방 정치인 명칭 잘 사용안됨

지방정치인은 살림꾼이자 정치인
지방선거 당선인들은 지역의 다양한
갈등 과제 해결하는 역량 갖춰야

지방선거 부활 이후 상당한 기간 동안 지방정치, 지방정치인이라는 말은 긍정적인 단어가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대신 살림꾼이라는 단어가 더 인기있는 단어였다고 할 수 있다. 살림꾼이라는 말은 ‘맡은 살림을 알뜰하게 잘 꾸려가는 사람’이라는 말이니 지방선거로 선출되는 이들에게 기대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살림, 주민의 살림을 알뜰하게 운영하는 일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정치에 대한 불신이 강하게 깔려있다. 중앙정치무대에서 정치인들의 행태에 대한 불신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폐해가 지방에서까지 노출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게 나타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주민들의 삶과 직결된 지방의 일을 논의하는데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임한다면 주민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의심이 깔려 있는 것이다.

정치의 본질은 갈등의 해소과정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갈등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치의 영역은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관계를 원만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정치인이다. 정치의 영역을 확대하면 갈등과정을 해소하기 위한 모든 노력이 정치라고 할 수 있다.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적인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거의 금기시하던 지방정치인이라는 말은 아직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가 있지만 최근 들어와서는 그 빈도가 늘어났다고 할 수 있다. 지방선거로 선출되는 이들을 지방정치인으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지방에서 정치의 영역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된 이들은 지역의 살림을 알뜰하게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당이 개입하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이들이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의식도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다. 지역의 다양한 갈등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당연히 요구되는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국회의원 선거 중간에 지방선거를 실시하도록 한 것도 결국은 지방선거의 정치성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롭게 임기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살림꾼의 역할도, 지방정치인의 역할도 필요한 것이다.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