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샤대학
대학원 초빙교수
전 평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단법인 고앤두
인터내셔널 회장
평택역에서 원평동 방면으로 내려가다 보면 우측에 ‘평택의 발상지 원평동’이라는 표지석이 새겨져 있다. 원조라고도 하는 발상지는 역사와 전통에 알맞은 다양한 볼거리와 이야기들이 전해 내려오는 만큼 그대로 보존될 때 그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즉 서울 북촌 한옥마을과 군산 근대역사문화박물관 주변과 같이 잘 복원되고 이야깃거리가 있을 때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된다.
원평동은 원래 평택지역 100여 년의 근대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1950년 7월, 6.25전쟁 당시 유엔군의 폭격으로 이 일대가 크게 파괴되면서 근대의 공공건물이 거의 전부 잿더미가 되었다. 게다가 전후 복구과정에서 구도심의 축이 동쪽인 신평동과 통복동 방면으로 이전하면서 원평동 일대는 서서히 쇠락해 가기 시작했다.
평택의 향토사학자 김해규는 “원평동은 근대 우리나라 100여 년의 역사가 탄생한 곳이었다. 1905년 일제가 군사적, 경제적인 것을 목적으로 설치한 평택역, 평택군청, 평택소방서, 평택경찰서, 평택세무서, 평택우시장터(현 평택초교 터)가 원평동에 자리잡고 있었다. 또한 1919년 3월 31일 2000~3000명이 원평동에 모여 일제를 상대로 대규모 독립 시위운동을 전개한 곳”이라 기록하고 있다.
이에 원평동주민센터와 원평동주민자치위원회는 처음으로 근대문화유산 발굴을 위한 표지석을 설치했으나 주민들의 많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눈에 잘 띄지는 않았다. 이후 원평동에 상주인구가 증가하면서 1960년 평택초등학교와 1999년 군문초등학교가 각각 설립되었다.
원평동은 근대 평택
100년의 발상지
6·25폭격과 해방 이후
개발 소외로 명성 사라져
주민들 자존감 회복 위한
도시개발과 재생사업 서둘러야
그러나 2021년 11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고평지구 SK VIEW에 1300여 세대가 입주를 시작하면서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인근 평택초교와 철둑 건너 세교초교 중 어느 곳으로 자녀를 입학시킬 것인지 고민이 많았다. 최종적으로 평택교육지원청은 민원을 종합해 SK VIEW에 거주하는 초등학생 전원을 세교초교로 배정했다. 따라서 평택 최고의 브랜드를 갖고 있는 평택초교가 인근 어린이들을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자존심이 매우 구겨지는 참담함까지 겪게 된다.
필자가 10여 년 전부터 군문교 안성천을 산책하다가 알게 된 원평동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받은 인상을 두 단어로 요약한다면 ‘좌절과 분노’였다. 무엇이 그들을 절망에 빠뜨리고 화를 내게 만들었을까?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이후 단체장과 시의원들은 구도심 지역인 원평동·신평동·통복동·비전2동보다 신도심 지역인 이화택지지구와 고덕국제신도시의 발전에 우선순위를 두고 정책을 수립하는 바람에 신·구도심 지역에 갈수록 극심한 격차가 벌어져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원평동 지역의 발전방안은 무엇인가? 첫째는 원평동에 토지가 매우 비좁다는 형편과 인구 증감을 잘 살펴셔 평택초교를 고덕이나 브레인시티 지역으로 신설 대체이전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원평동은 젊은 부부층 인구가 감소하고 있어 군문초교를 일부 증축하면 원평동·군문동의 초등학생들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 현 평택초교 자리에 도서관·복지관·역사관·회의실 등 각종 주민편의시설을 갖춘 복합문화건물을 조성하면 주민복지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둘째는 주민교회 부지에 원평동 지역에 유용한 건물이 들어설 있도록 재건축이 필요하다. 2024년 군문교 일대에 노을생태문화공원이 완공되면 주민교회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여러모로 쓸모 있게 활용될 것이다. 위치상 주민교회 부지 지하에는 주차장, 지상에는 원평동 지역에 필요한 다양한 거주 시설이나 외국인센터 등이 설립된다면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는 지난 5월 초 출범한 도시재생사업 추진위원회를 원평동의 희망으로 살려 나가야 한다. 부디 주어진 역할을 잘 감당하여 볼거리, 놀거리, 먹거리가 다양한 역세권을 만들기 바란다. 되돌아보면 역세권에 자리를 잡고 있으면서도 줄곧 소외되었던 원평동 지역은 다행히 지난 2년여 전부터는 통복시장 앞 고가도로 철거와 안중 방면 도로의 지하화에 힘입어 앞으로 3년간 평택역 동쪽이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된다면 조금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원평동 방면으로의 개발을 위해서 근대 역사 문화유적지를 발굴한다는 표지석도 좋지만 실제 건물 정면만이라도 기존 건물을 활용한 벽화를 그리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원평동에 3대째 거주하고 있다는 지역주민 오동환 위원장은 도시재생보다는 도시개발 정책을 강조했다. 해방공간을 맞자마자 6.25전쟁의 참화를 입고 겨우 역세권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지역주민의 좌절과 분노가 희망으로 바뀔 수 있도록 새로 선출된 단체장과 시의원들은 바람직한 정책 결정에 힘을 기울여주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