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희망하다

장애인부모 한뜻으로 협동조합 설립
평택서부발전·지역자활센터 큰 도움
2021년 식판케어 사업 본격 시작해
수익으로 장애인 고용 더 늘릴 계획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자녀를 키우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편견과 사회 곳곳에 자리한 차별은 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장애인이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잡지 못하게 하는 높은 벽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차별의 벽을 넘어서고자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대안으로 2019년 희망누리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그린케어 방역사업을 전개하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2021년 5월 오성면에 ‘엄마사랑 식판케어’ 사업장을 개소해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조미미 이사장은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는 생계 수단을 넘어 사회로 나아갈 통로”라며 “우리 아이들이 직장에 다니고 친구·동료와 어울려 ‘함께 평범한 일상’을 누리며 행복하게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계기는.

장애인 자녀의 일자리를 위해 시작됐다. 장애인 부모들이 모여 우리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갈 방법을 찾다가 협동조합을 알게 됐고 부모 10명이 뜻을 함께했다. 협동조합에 투자한 자본은 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시설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다. 처음엔 일단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협동조합을 운영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희망누리협동조합을 만들어놓고 1년간 정말 열심히 뛰어다녔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어떤 일자리가 좋을까 여기저기 알아보고 조사했다. 장애인들이 일할 사업 아이템을 찾기가 쉽지 않았고 막상 찾아도 자본 등을 이유로 선뜻 시도하지 못했다. 현실의 벽이 우리 생각보다 높구나를 실감했다. 그런 우리들을 한국서부발전 평택본부와 평택지역자활센터 등 지역사회가 참 많이 도와줬다. 평택서부발전의 도움으로 작은 사무실을 마련해 첫발을 뗐고 화분갈이 사업을 시작했다. 공공기관이나 기업에 있는 화분을 가져와 계절에 맞는 화초로 분갈이를 해 다시 납품하는 일이었다. 처음 해서 거래처도 몇 곳 되지 않고 일도 서툴렀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

 

희망그린케어 방역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고 들었다.

화분갈이 사업 다음으로 건물 소독사업을 시작했다. 아이만 보내지 않고 엄마가 동행했다. 초기 자본이 부족해 개인차량에 소독장비를 싣고 가서 아이와 함께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철저하게 소독했다. 2020년 초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소독을 맡긴 기업·기관에서 방역 업무를 추가로 원했고 그러면서 사업이 자리를 잡아 이익을 내게 됐다. 일을 잘 한다고 소문이 나면서 어린이집·유치원 등에서도 의뢰가 들어왔다. 방역사업으로 얻은 성과가 많다. 첫째, 열심히 일한 만큼 인정받았다는 성취감을 얻었고 둘째, 새로운 사업인 ‘식판게커’를 시작할 종잣돈을 마련했으며 셋째, 일 잘한다고 소문이 난 덕분에 방역을 외뢰했던 어린이집·유치원들이 식판케어 사업의 고객이 된 것이다.

 

식판케어 사업을 어떻게 떠올리게 된 건가.

우리 조합 모봉연 조합원이 아이디어를 내 시작하게 됐다. 사전 조사를 한 결과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어린이집에서 급식을 할 때 아이들이 집에서 가져온 식판을 사용한다. 문제는 급식을 마친 후다. 어린이집 교사가 식판들을 씻어줄 수도 없고 그대로 집에 가져가면 냄새가 나고 여름에는 세균이 번식해 위생에 좋지 않다. 식판케어 사업은 어린이집 교사와 학부모의 고민을 해결해줄 틈새시장이었다. 무엇보다 식판을 세척하고 숟가락·젓가락을 분류하는 작업은 우리 아이들이 충분히 해낼 수 있었다. 평택서부발전으로부터 사업비 1억원을 지원받아 2021년 5월 31일 오성면에 사업장을 개소하고 발달장애인과 취약계층을 채용해 시작했다.

사업장에는 고온·고압 세척기, 100도 이상의 소독기 등을 갖췄고 세척·소독이 끝난 식판과 수저는 진공 포장해 다시 가져다준다.

 

식판케어 사업의 전망은 어떠한가.

평택에서는 아직 이 사업을 하는 업체가 많지 않다. 하지만 충남 천안 등 인근 지자체에 있는 업체들이 진출해 있어 나름 경쟁이 치열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아이를 키운 엄마로서 안전과 청결은 자신할 수 있어서다.

다만 평택시가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가까운 안성시는 지난해 11월 안성시어린이집연합회, 사회적기업 ㈜식판선생님, 안성맞춤지역자활센터와 어린이집 식판세척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사업비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아이 키우기 좋은 안성시를 만들고 사회적경제조직이 함께하는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고 하더라. 평택시도 아동친화도시를 만들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여온 것으로 안다. 점차 어린이집 교사·학부모를 중심으로 식판케어 서비스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시 차원의 지원을 검토해주길 기대한다.

 

희망누리협동조합만의 목표가 있다던데.

현재 목표는 식판케어 사업이 잘 돼서 우리 아이들을 위해 재투자로 연결되는 것이다. 매출이 증가하고 수익이 생기면 장애인 직원을 하나 둘 늘려나갈 계획이다. 여러 기관에서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언제나 관건은 지속가능성이었다. 규모가 더 커진다면 현재 진행하는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서비스를 확대하겠다. 그리고 수익을 차곡차곡 모아서 우리 아이들이 여가와 문화를 즐기고 새로운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장애인교육문화센터를 설립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앞으로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사업과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여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협동조합을 만들어가겠다.

 

장애인이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으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의견을 듣고 싶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아파트에 사는데 아이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아무도 없기를 바라게 된다. 누군가 타면 시선이 확 느껴진다. 장애인을 차별하고 거부하는 마음이 느껴질 때가 많다. 장애인을 우리 이웃으로 따뜻하게 바라보고 받아들여줬으면 한다.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참 많이 걸릴 것 같지만 모두 함께 노력해줬으면 좋겠다.

장애인을 위한 인프라도 확충됐으면 한다. 장애인이 편하게 다닐 수 있다면 누구나 편하게 다닐 수 있다. 주말에 우리 아이를 데리고 소풍정원을 다녀왔는데 참 좋았다. 시민과 장애인이 함께 휴식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원도 평택 곳곳에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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