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진 규<시의원, 미군기지평택이전대책특위 위원장>

정부는 끝내 무성의하고 조악한 법안을 내놨다
미군기지특볍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국방위원회에서 심의 중에 있다. 용산 미 8 군과 동두천 미 2 사단 등 전국에 산재해 있는 주한 미군을 통합해서 평택으로 대규모 허브기지화하여 이전하는 데 따르는 보상 성격의 특별법이다.
그 동안 시의회 미군기지대책특위는 이 법이 명칭 그대로 특별한 지원내용을 담는 특별법이 되도록 노력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끝내 우리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무성의하고 조악하기 짝이 없는 특별법(안)을 내 놓았다.
평택시가 요구하는 핵심 사항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수도권정비법 및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규정의 배제와 첨단기업 업종제한 철폐, 미군기지주변 지원 특별기금 설치 한시법 규정의 삭제, 평택항 및 그 배후지 개발 활성화, 미군기지내 환경시설 허가 및 지도 감독권 확보, 미군기지의 환경영향평가 및 소음 등 환경피해방지시설 설치,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지역업체 참여보장, 대학신설, 미군기지주변 재산권 보호 등이다.
위에서 열거한 것들 중에 몇 가지 추려서 문제점들을 따져 보기로 하자.
첫째, 수도권정비법은 지난 십 수년간 평택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악법이다. 여기에 올 해 발효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은 한 술 더 떠 기존에 있는 공장도 빼 내어 가는 초 악법이다.
이 국균법은 수도권내의 공장으로서 종업원 100인 이상 되는 기업은 비 수도권으로 이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의 지방균형발전방침에 따라 산자부장관이 평택을 공장이전 대상지역으로 지정하면 우리 지역은 빈 껍데기만 남게 된다.
이에 우리는 대규모 미군기지를 받는 대신 위 두 가지 악법의 적용배제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리고 첨단기업 업종도 제한철폐를 요구했으나 41개로 제한되었다.
둘째, 우리는 지금 미 2 사단이 이전해 옴으로써 평택이 제2의 동두천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동두천은 지난 50여 년 동안 미군기지촌으로 고착, 지역발전이 정체되고 오직 미군부대의 달러가 지역경제를 떠받쳐 왔을 뿐이다.
평택의 경우도 미군기지가 주둔해 있는 팽성과 송탄의 기지주변은 낙후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특단의 지원대책도 없이 미군기지가 확장되면 낙후지역은 더욱 확산될 것이다.
특별법(안)은 미군기지주변지역의 정비사업에 대한 개발계획을 수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은 국제평화도시등 거창한 여러 계획과 함께 추진될 경우 몇 조원 이상의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예산부족을 이유로 사문화 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우리는 기지주변지역을 확실하게 지원하는 특별기금 설치를 요구해 온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전례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거절하고 있다. 도시를 치명적으로 낙후되게 하는 미군기지를 떠 안겨 주면서 확실한 재원확보는 못해 주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생으로 기금을 내놓으라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특별법 제6조에서 농지전용에 따르는 대체농지조성비를 면제받겠다고 한다. 현행 농지법에 따르면 국방부는 349만 평을 기지로 개발하면서 약 2,500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 면제받는 금액을 특별기금으로 조성하라는 얘기다.
재원의 뒷받침이 없는 지원계획을 우리는 절대로 불신한다. 지난 ‘95년 3 개 시·군 통합시 정부는 화려한 미사여구로 평택통합시를 지원하겠다고 공약했지만 공염불로 끝나고 만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화도시니 뭐니 해서 거창한 계획만 거론하지 말고 기존 미군기지주변지역 정비사업 하나만이라도 특별기금을 설치해서 지금부터 손에 잡히게 추진해 나가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셋째, 미군기지특별법은 오는 2014년 말까지로 수명이 끝난다. 다만 이 법 유효기간 내에 승인된 각종 개발사업과 이에 대한 지원은 사업이 종료될 때까지 계속된다고 단서를 달았다.
문제는 미군기지가 주둔하는 데 따른 각종 지원, 특히 기지교부금도 특별법과 수명을 같이 한다는 점이다. 기지교부금은 법은 없어져도 미군기지가 있는 한 계속 지원되어야 하는데 정부는 이 교부금도 기지이전 사업이 끝나는 대로 그만두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평택항은 우리시의 상징이요 브랜드다. 미군사도시화의 이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평택항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평택항 투자 확대와 배후지역에 대한 경제자유구역 및 자유무역구역 지정 등을 요구했다. 평택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항만개발이다. 정부는 이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최근 항계분쟁에 관한 헌재 판결로 불합리하게 분리된 평택항에 대해 경계를 재조정하는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우리의 민심을 외면하고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