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우와 떠나는 생태기행 29
아산만방조제로 홍수문제 해결한
평택, 풍부한 평택호 물 덕분에
가뭄에도 평택평야 물 걱정 없어
아카시아 꽃향기가 은은하게 바람결에 날아오는 5월. 평택평야는 모내기로 바쁘다. 논에서는 트랙터, 이앙기가 분주하게 움직인다. 트랙터 뒤로 백로, 왜가리들도 덩달아 바쁘다. 농부들은 논에 물을 대고 트랙터로 써레질을 하며 논흙을 고운 죽처럼 만든다. 이앙기로 모를 심기 전에 비료, 제초제를 뿌리고, 논바닥 땅 고르기 작업을 하는 사전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내기를 마친 논에서는 백로들이 개구리, 물고기를 잡기 위해 긴 다리로 겅충겅충 뛰어다닌다. 황로, 백로, 왜가리 등 여름 철새들이 미꾸라지 잡아먹는 모습도 정겹다. 논에 서식하는 작은 동물들을 잡아먹으며 영양을 보충해야 둥지에서 ‘알품기’를 하고 새끼를 키울 수 있다.
봄 가뭄극복을 위한 농업용수 확보가 제일 중요한 한국농어촌공사는 오성면 길음양수장에서 평택호 물을 끌어 올려 오성, 안중, 청북 등 서부지역 논에 용수를 보내주고 있다. 길음리는 평택호 주변에서 비교적 표고가 높아 양수장을 설치하기에 적합한 위치이다.
길음리에 평택호 물을 끌어 올리는 양수장이 준공된 것은 아산만방조제가 건설된 다음 해이다. 팽성 지역 논에는 노양리에 설치된 양수장에서 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모내기철에 집중적으로 필요한 농업용수의 절약을 위해 ‘논물 가두기’를 해달라고 홍보하고 있다. 농민들은 논두렁으로 물이 새나가지 못하게 진흙을 발라 논두렁에 있는 구멍을 잘 막아주고 물을 가득 저장해 모내기 준비를 한다. 전국 누적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어 봄 가뭄으로 걱정이지만, 평택호에 가득한 물 덕분에 평택평야에는 농업용수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양수장 설치, 지하수 관정개발 등 인간의 기술이 발달해도 여전히 하늘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봄 가뭄이 길어지자 정원을 가꾸는 도시 사람에게도 밤에 들리는 빗소리가 정말 반갑다. 봄비는 새로운 생명을 살리는 하늘의 선물이다.
모내기철 전후로 논에는 많은 물이 필요하다. 이앙기로 모내기 작업을 마치고, 일주일 정도 물을 깊게 대주어 어린 모가 봄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잡아줘야 한다. 환절기에 밤 기온이 떨어지더라도 논물이 저온피해를 막아주어 어린 벼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보호해준다. 벼가 자라면 온실효과를 막아주는 기능과 함께 논 습지는 장마철에 빗물을 임시 저장하고 홍수피해를 예방해준다.
아산만, 안성천으로 바닷물이 드나들던 70년대 이전에는 해일, 침수 피해가 심각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아산만방조제를 축조해 인공담수호를 만든 덕분에 현덕, 팽성, 오성 등 농촌마을은 모내기철 자기 논에 물 대는 싸움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아산만방조제로 농업용수 부족 문제를 해결했고, 간척사업으로 조성한 대규모 농경지에서 생산한 평택쌀은 평판이 좋아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었다. 지평선을 볼 수 있던 오성면 평야 지대는 도로, 철도 건설로 인해 조각조각 단절되고 말았다. 아쉬운 마음에 창내리 꽃밭을 찾아가 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노을을 기다렸다. 봄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는 날씨에도 미국인 가족들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노을을 즐기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기흥, 화성에 이어 평택 고덕산업단지에 세계최대규모의 공장을 건설한다. 팔당상수원에서 끌어온 공업용수를 이용한 후에 오산천, 진위천을 통해 평택호로 모여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첫 아시아 순방지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을 방문했다. 평택시가 세계최대의 반도체 산업도시, 미군기지 이미지로 국제적으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평택쌀 ‘슈퍼오닝’의 브랜드 평판 순위는 하락할 우려도 있다. 용인 하이닉스 반도체공장까지 가동되면 평택호로 유입되는 반도체 공장 폐수는 엄청나게 증가할 전망이다. 평택호 수질개선을 위해 민관협력을 강화하고, 시화호처럼 아산만방조제 수문을 개방해 바닷물이 드나들며 자정능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실증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소사동 앞 승두소하천에 생활하수
비점오염원 배출로 부영양화현상 발생
홍수피해 대책과 더불어 생태하천 복원
위한 하천 유지용수 확보방안 마련해야
안성평야와 평택평야가 펼쳐지는 진사리, 소사동 마을 앞으로 승두소하천이 흐르고 있다. 안성천에 보를 막아 안성 진사리부터 소사동과 합정동 유천리로 연결되는 소사뜰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논에 농업용수가 필요 없는 ‘논물떼기’ 시기에는 승두소하천으로 유입되는 안성천 물이 줄어들어 하천 유지용수가 부족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여름철에 물흐름 감소, 수온 상승하는 상태에 소사동 지역에서 생활하수, 비점오염원이 하천으로 배출되어 부영양화 현상이 발생한다. 현장에는 홍수피해를 줄이기 위해 승두소하천의 폭을 확장하고, 제방을 높여 농기계, 자전거가 통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정비공사 마무리 단계이다. 승두소하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하천 유지용수 확보를 위한 대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도시개발사업으로 농경지가 매립되어 아파트단지 개발사업이 계속되자 소사뜰도 장마철 침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빗물을 배수하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 관로와 소하천 등의 도시기반시설을 확장하는 공사가 필수적이다. 특히 소사동 민간도시개발사업으로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계속 건설되어 생활하수 발생량이 증가해 오수중계펌프장 처리용량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생활하수를 통복하수처리구역으로 보내 처리해야 하는데 기존 관로가 부족해 적시에 압송 처리가 지체되면서 오수가 넘쳐 악취가 발생한다는 민원이 있다. 대형 하수관으로 새로 설치하는 공사가 마무리되면 생활하수 유입으로 인한 수질오염 문제는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량농지를 아파트로 개발하는 방향의 도시개발 정책은 식량안보와 환경 영향 측면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물이 그득한 모내기를 마친 논에 석양빛이 붉게 물들고, 어두워지는 들에는 개구리들 합창 소리 가득하다. 왜가리 백로가 둥지로 돌아간 밤 신호를 주고받으며 암수 짝을 찾는 개구리 노래로 소사벌이 활기차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경기환경교육연구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