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의원 8명의 무투표 당선을 바라보며

김기수 본지 발행인
김기수 본지 발행인

5월 12일과 13일 6‧1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자 등록 결과 평택에서 8명의 시의원이 무투표로 당선됐다. 평택시의회 정원 18명 가운데 44%인 8명이 무투표로 당선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가선거구의 이종원‧이관우, 다선거구의 이윤하‧소남영, 마선거구의 김산수‧김혜영, 비례대표 최선자‧김순이 후보다. 이들의 선거공보물은 발송되지 않고 이들은 선거운동도 하지 않는다. 투표지에 이름도 인쇄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유권자들은 자기가 사는 지역의 시의원 입후보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시의원을 갖게 된 것이다. 전에도 간혹 무투표 당선자가 나오긴 했지만, 평택에서는 유례가 없는 대량 무투표 당선이다. 유권자들의 후보 선택권을 근본적으로 박탈하는 이런 결과가 어떻게 나온 것일까.

이들은 2명의 시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구에서 2명만 후보자로 입후보해 다른 경쟁자 없이 자동 당선된 후보들이다. 무려 3개의 선거구에서 6명이 무투표로 당선되었다. 평택시의원 비례대표 정수가 2명인데, 마찬가지로 2명 밖에 입후보자가 없어 비례대표 시의원도 자동 당선된 것이다. 이들 당선자 8명의 특징은 모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단수 후보로 공천된 사람들이다. 다시 말해 2명을 뽑는 시의원 선거구에서 거대 양당이 한 명씩만 공천해서 당선자를 한 명씩 나눠 가진 것이다. 비례대표도 마찬가지로 해당 지역 유권자의 투표권이 근본적으로 침해당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시의원을 유권자인 시민이 뽑는 것이 아니라 주요 정당이 시의원을 임명한 꼴이다. 정당공천제가 낳은 최악의 결과를 이번 선거에서 평택시민들은 보고 있는 것이다.

 

1  이번 지방선거에서 평택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무투표 당선자가 속출해 지방선거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이번 선거의 무투표 당선자는 494명으로 집계됐는데, 지역구 기초의원이 282명, 광역의원이 106명, 비례 기초의원이 99명 등이다. 영남과 호남에서는 주로 광역의원 무투표 당선자가 많았다. 1명을 뽑는 선거에서 영남에서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후보를 이길 후보가 사실상 없다 보니 절반 이상이 무투표로 당선되었다. 호남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은 후보 외에 출마자가 없다 보니 절반 이상의 선거구에서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다. 수도권에서는 기초의원 2인 선거구에서 무투표 당선자가 많이 나왔다. 주요 정당이 한 명씩 나눠먹기 공천을 한 결과다. 서울에서 107명, 경기도에서 48명, 인천시에서도 20명이 나왔다. 지역에서의 일당 독주와 수도권에서의 양당 나눠먹기 공천이 이같은 무투표 당선자를 양산하는 대참사를 만든 것이다.

2  전국적으로 지방선거의 의미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이런 현상은 양당 정치가 고착화되면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부터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자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목소리를 높였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민주당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경기도의회에서 조례를 통해 2인 선거구를 없앨 수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쪼개는 일도 벌어졌다. 풀뿌리 지방선거에서 정치적 다양성을 회복하고 생활 정치를 꽃피우기 위해서는 지방선거제도의 근본적 개혁을 더 이상 늦추어서는 안된다.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나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 등 지방선거 혁신 방안이 나와야 한다. 주요 양당의 나눠먹기 정치를 더 이상 두고 봐서는 안된다.

 

지방자치 근간 흔드는 중대 사태
양당 지역 정치지도자들은
투표권 박탈당해 분노하는 
평택 시민들에게 책임 있는
입장 표명과 해결책 제시해야

3  평택 유권자들은 평택에서 유독 무투표 당선자가 많이 나온 원인을 분석하고 유권자의 선택권을 빼앗아간 책임을 누군가에게는 물어야 한다.

경기도에서 48명이 무투표로 당선됐는데, 이 가운데 8명이나 평택에서 나왔다. 수원에서 6명, 성남에서 8명, 용인에서 6명 등이 무투표로 당선됐지만 이들 지역은 시의원 정수가 30명을 넘는 지역들이다. 비례대표 당선자는 경기도에서 평택시 2명과 광주시 2명 등 총 4명이다. 평택에서 유독 무투표 당선자가 많이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율로 따져도 경기도 내 다른 지역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선거구별로는 평택갑선거구에서 4명, 평택을선거구에서 2명이 나왔다. 비록 경선 등의 절차를 거친 경우도 있지만, 평택에서 이처럼 무투표 당선자가 많이 나왔다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최소한 2인 선거구라면 2명이라도 공천해서 2명의 시의원을 배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정당의 기본 자세가 아닌가. 시의원 선거구 정수에 맞는 인원을 공천하지 못하는 정당은 정당후보를 공천할 자격이 없는 정당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양당 모두 책임을 피할 수 없지만, 대통령 선거 직전 정당개혁과 정치개혁을 긴급 당론으로 채택하고 시의원 선거구 중대선거구제 변경을 추진하겠다던 더불어민주당은 이 같은 참사에 더 많은 책임이 있다. 최소한 민주당이 이들 선거구에서 2인이라도 공천했다면 이처럼 무투표 당선자가 양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4  투표 없이 당선된 이들 시의원이 과연 누구에게 더 충성할 것인지 시민들은 의혹의 눈길을 거둘 수 없다. 정정당당한 경쟁을 통해 투표로 선출되지 않고 평택시의원 배지를 단 후보들 역시 시민들 앞에 당당할 수 없다. 4년 임기 내내 무투표 당선자라는 꼬리표는 불명예가 될 수도 있다. 시민에게 충성하고 시민을 위한 의정 활동을 제대로 펼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무투표 당선 같은 대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역 정치지도자들은 이 같은 사태에 대해 어떠한 책임 있는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투표권을 박탈 당해 분노하고 있는 평택시민에게 책임 있는 답변과 해결책을 제시해 줄 것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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