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산편지 작가
전 육군 준장
평택고 졸업
유난히도 길고 추웠던 겨울이 지나갔습니다. 3월 초까지 여전히 쌀쌀했던 꽃샘추위가 새봄을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을 잠시 얼어붙게도 했지만 불어오는 훈훈한 봄바람 속에서 계절의 변화, 자연의 순리는 늘 변함없음을 깨닫습니다.
다시 찾아온 봄과 함께 우리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갈등과 분열, 비난과 비방을 모두 잠재우고 새로운 나라, 새로운 시대를 펼쳐가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의 주역은 다른 누가 아닙니다. 바로 우리 국민입니다.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더 심각할 정도로 확산되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버텨오고 지켜온 우리 모두입니다. 서로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며 함께 가면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이 우리의 삶에도 진정한 봄날이 다가올 거라 저는 믿습니다.
무엇인가를 많이 가진 사람이 위대해 보일 때는 그 사람이 가진 것을 이용하여 세상을 호령할 때가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것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겸허하고 겸손할 때일 겁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이치와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맘껏 뽐내다가 나중에 가서야 후회하는 우를 범합니다.
우리나라도 20대 대통령을 새로 선출했기에 오늘은 대통령에 대한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가진 것이 많고, 누릴 것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겸허하고 겸손함으로써 존경받는 대통령이 있습니다. 우리 독자님들도 잘 아시는 분입니다.
그는 가난한 대통령입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전쟁광 푸틴과 같이 대통령이라는 직위를 이용하여 얼마든지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난하게 살았던 대통령입니다.
혹시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 불리는 사람을 아십니까? 바로 우루과이의 대통령 호세 무히카입니다. 무히카의 부인은 상원의원입니다. 그런 그가 가장 가난하다고요? 믿기 어려우실 겁니다.
그는 2010년부터 15년까지 5년 간 우루과이의 대통령을 역임한 인물입니다. 재임기간 중 자신의 월급 상당액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하는 얘기로는 5년의 재임 중에 받은 월급 중 약 6억원을 기부했고, 그 중에서 4억 3000만원은 서민들을 위한 주택건설 사업에 사용됐다고 합니다.
당시 신고된 그의 재산은 약 3억 5000만원인데 1억 5000만원은 부인 소유인 농장이고, 나머지는 약간의 현금과 트랙터 2대, 농기구, 1987년형 오래된 자동차 한대 등이었습니다.
그가 특별한 이유가 또 있었습니다. 그는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후에도 호화로운 대통령 관저 대신 평범한 시민들의 생활을 느끼기 위해 농장에서 지냈으며 기부한 이유도 평범한 시민들의 평균 소득에 맞춰 살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무히카 대통령은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가치있게 삶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우리 모두가 늘 가슴에 담아야 할 말입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그 나라에서 가장 높은 자리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우러러보는 위치에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자리다보니 겸허하고 겸손하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겸허한 대통령이 위대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프랑스의 제9대 대통령인 레몽 푸앵카레 대통령이 어느날 자신의 대학 재학 시절 은사님인 라비스 박사의 재직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라비스 박사가 놀란 표정으로 객석으로 뛰어가는 것이었습니다.
라비스 박사가 달려간 곳은 다름 아닌 그의 제자이자, 프랑스의 대통령인 푸엥카레 대통령이 앉아있는 자리였습니다. 지난 날 자신의 제자였지만 지금은 그 나라의 최고 자리인 대통령에 오른 사람이 내빈석도 아니고 맨 뒷자리에 앉아 있었던 것입니다.
단상으로 모시려는 은사님을 만류하면서 푸엥카레 대통령은 "선생님, 저는 제자로서 선생님을 축하해 드리려고 온 것입니다. 제가 어찌 선생님이 계시는 단상에 오를 수 있겠습니까? 저는 선생님의 영광에 누가 되는 일은 하지 않겠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은사인 라비스 박사는 할 수 없이 그대로 단상으로 올라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렇게 훌륭하고 겸손하신 대통령이 나의 제자라니 꿈만 같습니다. 여러분! 우리나라가 저런 대통령을 모셨으니 앞으로 더욱 부강해질 것입니다."
높은 자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낮아지는 삶을 추구한 푸엥카레 대통령의 삶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겸손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습니다. 낮아지려 하는 자는 높아지고, 높아지려 하는 자는 낮아진다는 말씀을 늘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아름다운 봄날, 따뜻한 봄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새봄에 우리는 꿈을 꾸어야 합니다. 사르르 언가슴 녹이듯 당신과 저의 마음 속에 자라고 있는 파아란 꿈입니다. 그 꿈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도 멈추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겁니다.
부디 봄과 함께 찾아온 우리의 새로운 대통령이 훌륭한 대통령이 되길 원합니다. 푸틴과 같은 전쟁광 대통령이 아닌 무히카나 푸엥카레 같은 가난한 대통령, 겸손한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나라를 정말 멋진 나라, 살 맛 나는 나라,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로 만들고, 우리 국민이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길 원합니다.
위대한 우리 국민을 바라봅니다. 그동안 서로 갈라져서 싸웠던 시간들이 언제 그런 일이 있었지 싶게 사르르 녹을 겁니다. 갈등과 분열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봄의 화신이 살며시 발 들여 놓을 것이고, 새봄과 함께 화합과 통합의 새 시대도 살며시 발들여 놓을 거라 저는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