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작가의 세상보기
우리의 희망은
누군가의 헌신 덕분이라는 걸
잊어선 안돼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도
살아갈 희망이 있다는 것을
늘 품고 살아야
인산편지 작가
전 육군 준장
평택고 졸업
2022년 새해가 시작된지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설 명절을 맞이합니다. 다시 한 번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을 건네며 정말이지 올 한 해는 우리 모두가 코로나19에서 벗어나 큰 복을 누리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2년이 넘도록 잡힐 줄 모르고 더 심해져 가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세상은 이미 많이 바뀌었고, 앞으로도 계속 바뀌어 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그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는 그야말로 선택이 아닌 생존을 향한 필수가 되어버렸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세상 속에서도 우리가 인간으로서 놓지 말아야 할 소중한 가치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학창시절에 배웠던 세계 명작 중에 ‘마지막 잎새’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미국의 소설가 오 헨리가 쓴 단편소설입니다.
오 헨리가 1862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태어나 48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소설가로 활동한 기간은 불과 10년 남짓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300여 편의 주옥같은 단편소설을 발표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오 헨리에게 주목하는 것은 그의 소설들이 풍부한 상상력과 치밀한 구성으로 재미있기도 하지만 결말에 가서는 마음이 따뜻해지고 콧등이 시큰해지는 큰 감동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 ‘마지막 잎새’에도 그런 특별한 마음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헌신과 희망’입니다. 전 세계 문학작품 중에서 ‘헌신과 희망’을 생각할 때 제 머리 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 바로 이 ‘마지막 잎새’입니다. 이 소설의 스토리는 아주 간단합니다.
워싱턴의 어느 한 작은 구역에 미술가들이 모여 사는 가난한 마을이 있습니다. 그 화가촌에 젊은 여자 화가 두 사람이 자리잡습니다. 수와 존시입니다. 그런데 존시가 폐렴에 걸립니다. 당시에 폐렴은 아주 치명적인 병이었습니다. 존시는 하루 하루 죽어가면서 네덜란드식 작은 창문 넘어 보이는 담쟁이덩굴의 잎새를 세기 시작합니다. 존시는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자기도 죽을 거라고 말합니다. 그야말로 실낱같은 목숨인 셈입니다. 의사도 가망이 없을 거라고 했으니까요.
그 두 사람이 사는 집의 1층에는 평생 제대로 된 걸작품 하나 그리지 못한 예순살이 넘는 노화가 버만이 삽니다. 수는 버만을 찾아가 존시의 상태를 얘기해 줍니다. 그날 밤에 비바람이 몹시 불었습니다. 다음 날 존시가 창문을 여니 놀랍게도 잎새 하나가 붙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밤새 다 떨어졌을 거라고, 이제는 자기도 죽을 거라고 여겼던 존시는 놀랍니다. “마지막 잎새가 남아 있네.” 존시는 이렇게 말하며 오늘밤에는 결국 떨어질 거야. 그러면 자기는 죽을 거라고 체념합니다. 북풍은 다시 세차게 불어닥칩니다. 다음날에도 마지막 잎새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것을 본 존시는 기운을 차리고 다시 일어납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다 아시다시피 버만 할아버지가 그의 삶에 있어 유일한 걸작품을 그린 것이죠. 비바람이 몰아치던 날 밤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마지막 잎새를 그려넣은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 폐렴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그렇게 그가 남긴 유일한 걸작품 ‘마지막 잎새’는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린,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이 된 것입니다.
우리가 이 작품을 대할 때 가슴에 새겨야 할 소중한 가치들이 있습니다. 먼저 수와 존시의 우정과 사랑이 그것입니다. 예술가들의 예술에 대한 열정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의 궁극의 메시지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누구나가 다 ‘희망’을 떠올릴 겁니다.
좌절과 희망은 따로 구분되어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똑같은 상황 속에서도 마음에 따라서 좌절하기도 하고 희망을 품기도 하는 것이라는 걸 이 작품이 우리에게 전하는 가장 큰 의미인 것입니다.
또 하나가 헌신입니다. 우리는 존시의 ‘희망’만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 ‘희망’을 일궈낸 사람은 보잘 것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여겼던 늙은 화가 버만이었습니다. 그 버만의 헌신으로 인해 가장 큰 희망, 사람의 생명을 살린 희망이 생겨난 것입니다.
우리의 모습을 돌아봅니다. 우리의 희망 역시 누군가의 헌신 덕분이라는 걸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수많은 의료진들,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 경찰관과 소방관 등 국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분들이 제 자리에서 묵묵히 제 몫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자기의 목숨을 내놓으면서까지 한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숭고한 헌신이 이 세상 곳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도 살아갈 희망이 있다는 것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늘 품고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마지막 잎새’가 간절히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설날 연휴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희망에 대해 노래할 수 있어 기쁩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고 노래한 시인처럼 다시 용기를 얻고 “수, 언젠가는 꼭 나폴리만을 그리고 싶어”라고 희망을 노래한 존시처럼 우리도 늘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면 이 세상이 더 따뜻하고 아름다울 거라 믿습니다. 설 명절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