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내가 화장실 간 사이
성큼성큼 영롱한 밧줄 타고 들어와
내 의자에 떡 하니 올라타면 어쩌나

낯선 손님 하나가 들어온다
건물 외벽과 유리 창문 사이
검은 물체에 긴 다리
연둣빛 무늬가 선명하다

세상일에 무관심 한 척
저녀석,
우아한 박수 누가 먼저 칠까

우린 날마다 거미줄에
매달려 살고 있지 않은가

 

 

고라니

툭,
뭔가 물컹 다가왔다
커다란 눈동자와 자연의 안경
차에서 내렸다
어둠이 유난히 빛났다

눈이 맑아
한동안 제자리에 서 있었다
뭐라, 고라고라
내 마음은 뛰었다

고라니가 살았는지
펄쩍펄쩍 뛰고 있었다
전지적 참견 시점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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