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에 대하여

하늘에 햇살이 유난히 반짝이면

행복한 설렘과 떨림이 있다

 

바람결 따라 달빛 드리워진 바닷가

낮 시간의 어지러운 마음을 비우며

가만가만 바닷가를 거닐어본다

조용히 줄지어 잠들고 있는 쪽배들 사이로

아직도 잠들지 못한 물고기들

휘영청 달빛 아래 춤사위가 흥겹다

덩달아 신나서 뱃전을 때리는 해조음 따라

은빛 해무는 평화롭게 드리워져 있고

숨어있던 밤 풍경이 슬며시 다가와

나의 손을 잡고 바닷가를 거닐고 있다

 

해동 용궁사에서

 어두운 터널을 시원하게 뚫고 지나와

모처럼의 햇살이 환하게 부딪치는 시간

넉넉함이 보이는 곳에 발길을 멈추고

바닷가에서 선홍빛 마음을 열어본다

 

수평선 자락을 희미한 눈동자로 담아내고

바람이 머물던 그곳에 보이는 점 하나는

너울성 파도로 새하얀 포말 되어 일렁이면서

또 다른 한 폭의 화선지를 물들이고 있었다

 

짭짜름한 바람은 물보라를 일으키며 불어오고

수많은 사연과 기원들이 깃든 등불들이

알록달록 매달려 저마다 춤을 춘다

나는 무엇에 지향을 두고 두 손을 모았는지

어떤 깨달음으로 회한의 어둠을 밀어내고 있었다

 

이귀선 시인
이귀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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