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대 국제물류해양연구소
2020년 ‘기생충’에 이어 ‘오징어 게임’이 2021년을 전 세계 1억 가구 이상의 마음을 사로잡은 K-문화컨텐츠의 해로 기억하게 할 것이다. 오징어게임의 파급력은 사회 현상이 되었다. ‘기생충’이 그랬던 것처럼 전 세계가 공유하는 계급의식에 대한 비판이, 역시 전 세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어린 시절 놀이와 곁들여졌다. 단, 잔혹하고 냉엄한 생존 게임이 되어서 말이다.
우리 평택시민들도 이 드라마를 많이 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배경 중 하나가 평택이었다는 사실은 잘은 모를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드라마 타이틀 롤을 맡은 이정재가 연기한 ‘성기훈’은 최소한 1995년부터 2011년까지 16년간 평택시민이었다. 어쩌면 그 후로도 몇 년간 더 평택시민이었을 수도 있겠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다.
성기훈은 자동차 회사 ‘드래곤 모터스’ 16년차 해고노동자다. 회사가 구조조정을 하자 노조의 일원으로서 파업에 참여하지만 끝내 해고된 것이다. 이후에는 치킨집을 차리기도 했지만 2년 만에 접었고 분식집도 잠깐 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4억 이상 빚을 진 모양이다. 끝내 아내와는 이혼했으며, 해고된 그 해 얻었던 딸의 양육권은 아내와, 아내와 재혼한 현 남편에게 있다. 2014년부터는 대리운전 기사를 하지만 막막함에 한탕을 노리고 경마를 하고 채권추심자에게 쫓기는 신세다. 이제는 평택을 떠나 서울 쌍문동 홀어머니에게 얹혀 사는데, 어머니 병원비를 감당하려다 보니 456억짜리 오징어게임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쯤에서 짐작하셨겠지만, ‘드래곤 모터스’는 바로 1979년 이래 평택의 대표기업으로 자리잡아온 ‘쌍용’을 염두에 둔 이름이다. 드라마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쌍용차에서 모티브를 얻었음을 밝히면서 “중산층이던 평범한 노동자도 해고와 자영업 실패로 가장 밑바닥까지 떨어질 수 있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이창근 씨는 “커다란 위로를 받은 느낌”이라며 “감독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영화 속 주인공 성기훈
쌍용차 해고자에서 모티브
오징어게임은 비정했지만
현실은 따뜻한 해피엔딩이길
기훈은 파업 진압 과정에서 동료가 경찰에게 맞아 사망하는 장면에서 트라우마를 겪기도 한다. 진압 과정에서 즉사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쌍용차 해고노동자 중 30명은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쌍용차는 90% 가까운 우울증을 앓게 된 해고자뿐 아니라, 복직자마저도 일반인에 비해 높은(9.36배) 비율로 우울증을 앓게 되었다. 해고자의 배우자 절반 가량은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도 했다.
다행히 2013년부터 차례로 복직이 이뤄져 작년에는 최종 복직이 마무리됐다. 2009년 임직원 36% 정리해고 결정 이후 발생한 77일간의 옥쇄파업 상처는 지역사회에도 큰 아픔으로 남았다. 이를 보듬기 위해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쌍용차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와, 지난 4월에는 ‘쌍용차 살리기 범시민대책위’가 구성되기도 했다. 10월에는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에디슨모터스가 선정되었다.
이제는 과거의 아픔을 딪고 자동차 수출입 1등 항만인 평택항과 함께 쌍용차가 하늘로 높이 비상하기를 바란다. 쌍용차는 9000억원 정도로 평가받는 현 공장부지를 매각하고 평택항 인근으로 이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형 자동차 생산도 마냥 꿈만은 아닐 것이다. 필자는 이를 보며 지금도 우리 지역사회에 남아 있는 수많은 ‘성기훈’들을 떠올린다. 오징어게임은 비정했지만, 현실은 그보다 더 따뜻한 해피엔딩이길 바란다.

몰랐던사실 알게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