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동 경 시인

▲ 김동경 시인


아침의 태양은 모두에게 공평하여라.

우린 무엇을 기다리며
이 아침 눈뜨나.
아직도 설레는 그 무엇이 있어
출발의 신발 끈을 조여 묶는가.
언제부턴가 등 시린 짐 어깨 위에 싣고
하루를 걷는 사람들은
고단한 일기를 그늘에 앉아 마신다.
비겁함을 지불하여 손에 쥔
귀가길 검은 비닐봉지 속
성스러운 한 끼니는
목 메여 눈물겨운
우리들의 양식(糧食)이다.

삶은 얼마나 자주 우리를 배반하는가.
아직 세상의 새벽은 밝지 않았고
그대는 지금 여덟 번 후회하였다.
내일 우리는 또 무엇을 후회하게 될까.

단호해야 한다.
단호해야 삶은 내 것이 된다.
사람들 맞는 아침의 태양이
모두에게 공평하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뼈저리게 물으라.
그리하여 드디어 저무는 저녁
모두에게 고른 햇살 머물게
그대의 입술을 깨물라.
하여 내일의 태양을
모두가 공평하게 껴안을 수 있게
저 음험한 일상의 비굴을 베어라
부드러운 활자(活字)의 칼이여.
따뜻한 문자의 집이여.

 

 

김동경 시인
-평택 출생
-<심상>으로 등단
-시집 『배꽃이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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