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다양성 시대, 시민과 공감대 형성하는 예술 활동 펼칠 것
억압의 시대에 저항하고 시대를
성찰했던 민예총 정신 계승하며
지역사회 문화저변 확대 노력
지난 10월 27일부터 11월 2일까지 고덕면 동고리에 위치한 대안문화공간 루트에서 제3회 사단법인 평택민예총 회원전이 열렸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예술활동의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는 지역 예술가들의 회원전이기에 관심이 갔다. 평택 민예총 최승호(60) 지부장은 사진 작가이면서 전시회가 개최되는 대안공간 루트의 대표이기도 하다. 대안적 지역 문화예술단체를 표방하는 평택민예총은 어떤 단체인지, 어떤 활동을 하는지 등에 대해 10월 30일 대안공간 루트에서 최승호 회장을 만나 들어 보았다.
이번에 제3회 회원전 ‘평화, 예술에게 묻다’를 개최했다. 평택 민예총의 세 번째 회원전인데, 이번 회원전의 개최 취지와 내용에 대해 설명해 달라.
거의 2년 정도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코로나19 팬데믹을 겪고 있다. 사회적으로 힘들지만 예술 또한 큰 위기를 맞았다. 그렇지만 예술활동은 여전히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새로운 인간관계의 회복을 위한 계기를 만든다. 민예총 회원전은 2015년과 2018년 개최된 바 있는데,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진행하지 못했다. 올해는 예술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모색하자는 차원에서 회원전을 개최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야외에서 축제 형식으로 진행하려다 이곳 대안문화공간 루트에서 회원들을 중심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이번 회원전에서 회화·문학·사진·음악·공연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과 예술세계를 만날 수 있었다. 평택 민예총의 역사는 어떻게 되며 회원들의 분포는 어떠한가.
평택민예총은 2010년 11월 창립된 예술단체다. 창립 이후 인문학 강좌나 회원전 등을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다. 평택민예총에는 예술분과와 미술분과, 생활공예, 사진분과, 국악, 문학, 대중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지역공동체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잊지 않으려 한다. 억압의 시대에 저항하고 시대를 성찰하고 시대를 비판했던 진보적 예술가들의 역할과 고민,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지금은 젊은 작가들을 많이 수용하려 한다.
평택에는 평택예총과 평택민예총이라는 두 예술단체 조직이 있다. 평택 민예총의 차별화된 특징은 무엇이며 평택예총과의 관계, 다른 문화예술인과의 관계 설정은 어떠한가.
문화다양성의 시대다. 당연히 예총 소속 예술가들의 활동을 존중한다. 시민들의 눈높이가 매우 높아졌다. 문화를 향유하는 수준도 높고 방식도 다양하다. 결국 관람자인 시민들의 평가와 판단이 중요하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평택의 입장에서 경기민예총이나 한국민예총에 고마운 것은 우리 지역에 대추리 사태나 쌍용자동차 사태 같은 아프고 힘든 일이 있었을 때 주저 하지 않고 달려와 위로해주고 희망을 주려했다는 점이다. 연대와 공감 같은 것이 민예총의 정체성이라고 볼 수 있지만, 지금은 민예총만이 그러한 활동을 독점하거나 이를 조직의 특징으로 내세우는 시대는 아니라고 본다. 어떻게 문화수용자인 관객과 시민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예술활동을 펼칠 것인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고 본다.
평택문화재단이 설립된 지 1년 반을 넘기고 있다. 초기의 문화예술인과 시민의 기대에 많이 못미친다는 혹평도 있고, 초기 단계이니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서 협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평택문화재단의 현 상태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있는가. 개선점은 무엇인가.
문화재단이 설립 초기이다 보니 여러 이야기가 들린다. 개선해야 할 점은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다만, 문화재단을 통해 시민을 위해 예산을 쓴다는 것은 예술이 공공성을 띠고 있고, 공공재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예술가도 작품을 전시하고 공연할 공간과 시스템이 필요하고 시나 행정기관, 문화재단 등은 이러한 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예술가들이 문화행정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으로 평택문화재단 비상임 이사 공모에 참여해 현재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여러 대안들을 이야기하면 문화재단 직원들이 전문성을 갖고 진지하게 듣고 개선하려 한다. 서로 진정성을 믿고 풀어나간다면 평택문화재단의 성과들이 시민들에게 공유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행정과 민간 전문가들의 협업
통해 평택 문화예술 확장해야
사진을 매개로 세상 읽는
다양한 방식과 관점 나누고
소통하는 계기 만들고 싶다
얼마 전 평택시에서 평택시의 5개년 문화정책을 수립하는 지역문화진흥계획 토론회가 개최됐다. 평택시 문화예술계의 현 주소를 어떻게 보는가.
관료나 행정중심의 문화정책에는 한계가 있다. 행정에서 나름 노력은 하지만, 관행을 잘 못벗어나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건전한 시민단체와 문화예술분야 민간 전문가, 언론, 행정, 평택문화재단 등의 협업이 필요하다. 협업이 잘 된다면 평택은 문화예술 확장의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행정과 문화재단의 정책 연구 기능 뿐아니라 민간의 정책연구 기능도 필요하다. 평택민예총은 정책연구위원회를 두고 지역문화정책에 대한 연구와 제언기능을 하고 있다. 앞으로 평택문화정책토론회 등도 개최하며 민간의 정책연구기능을 강화해나갈 생각이다.
평택 출신으로,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어떤 계기로 사진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이곳 고덕면 동고리에 대안공간 루트를 만들고 지역 정체성 만들기에도 역할을 많이 하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대학 다닐 때 사진을 좋아했는데 당시에는 돈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할 활동이 아니라고 접었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던 30대 후반과 40대 초반에 문득 정체성에 회의가 왔다. 그래서 카메라를 다시 잡았다.
단순히 사진을 찍는 기술 뿐아니라 학문적으로 접근하며 미술사 공부를 병행했다. 지적 욕망이 충족이 안돼 중앙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이후 8년 동안 공부하며 사진에 대한 방향성을 잡았다.
11년전 쯤 일이다. 일본에서 개최된 60개국 대표들이 참여하는 제3지대 예술가 대회에 사진부분 한국대표로 선정돼 초청받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사정이 생겨 출국하지 못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때 지역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허위의식을 버리고 내가 몸 담고 있는 이곳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생각, 지역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강렬히 몰려왔다. 그래서 이곳 동고리에 공간을 만들고 지역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러한 대안적 문화공간을 통해 인문학 강의도 하고 사람들이 모이는 사랑방 역할을 하다 보면 지역문화에 대한 애정과 정체성도 깊어질 것이다.
사진작가로서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사진은 욕망의 도구이기도 하지만 표현의 도구이기도 하다. 또한 세상을 이해하는 언어이기도 하다. 사진이 대중화되면서 정보를 주고 받는 언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 이미지를 읽는 방식에 대해 사람들이 잘 알아야 한다. 이미지는 이미 언어가 되었고, 텍스트가 되었다. 글을 못 읽는 것이 문맹이 아니라 요즘은 이미지를 잘 못 읽는 것이 문맹이다. 이미지는 세상을 읽는 방식이기에 사진은 사진학으로, 학문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미지의 기능이 언어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진학이 학교 교과과정에 들어가야 한다. 사진을 매개로 세상을 읽는 다양한 방식과 관점을 함께 나누고 소통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