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사람들의 삶과 미래 담는 박물관 준비

 

평택은 포용의 도시, 수 많은 사람들 모여 ‘평택 공동체’ 이룬 곳
평택박물관은 ‘평택 공동체’ 신뢰 형성에 도움되도록 역할 할 것

평택시가 고덕국제신도시에 평택시립박물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공공박물관을 세우려면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립박물관 설립 타당성 사전 평가’를 통과해야 하나 평택시는 지난해 평가에서 탈락한 바 있다. 올해 신청절차를 다시 밟고 있는데, 시립박물관 설립 절차가 어디까지 진행됐고, 평택시의 준비 정도와 타당성 평가 통과 가능성은 어떠한지, 세워질 박물관의 성격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박물관 설립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평택시청 문화예술과 박물관팀 정용훈 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평택시 박물관 설립은 지금 어느 단계까지 왔는가.

고덕국제신도시 함박산 중앙근린공원에 부지를 확정하고,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립 박물관 설립 타당성 사전 평가’(이하, 사전 평가) 를 진행중에 있다. 일년에 상하반기 2번 실시하는 사전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박물관 설립이 불가능한 조건이다. 작년(2020년) 상반기에 설립 신청을 하였다가 보완통보를 받고 이번(2021년 하반기)에 다시 신청하여 현재 그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공립박물관 설립 타당성 사전 평가’ 제도를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방자치 시대에 과도한 중앙정부의 간섭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공립박물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에서는 박물관 입지 조건, 건립계획 등의 법률적・정책적・기술적 타당성 평가와 더불어 전시계획, 소장품 및 학예인력 확보방안, 건립 이후 운영계획 등을 심사하고 있다. 2014년부터 시작된 사전평가에 지금까지(2021 상반기) 총 185곳의 지자체가 평가 신청을 하였지만, 58곳이 적정평가를 받아 그 비율이 31.4%로 통과율이 극히 저조하다. 그래서 많은 지자체들이 박물관 건립을 힘들어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 듯 지방자치 시대에 과도한 중앙정부의 간섭이라는 논의도 일부 지자체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제대로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후죽순 박물관을 건립하고, 건립했다는 성과만 지역의 주민들에게 홍보하고, 건립 이후에는 운영 예산의 부족과 소장품, 인력 확보를 게을리하며 박물관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에 대한 중앙정부의 대응책이 사전평가 제도의 도입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제도의 취지를 볼 때, 단순히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간섭하는 것이라는 관점으로만 바라 볼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9월 8일 타당성 평가의 2단계인 현장평가가 진행됐다. 2단계 평가에서 통과되면 10월 22일 3차 최종 평가를 진행하게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각 평가 단계 마다의 핵심적 심사 항목은 무엇이며 평택시의 준비 정도, 심사위원들의 평가나 지적사항은 무엇인가?

3단계의 평가에 앞서, 문체부를 방문하여 협의하는 예비단계가 한 번 더 있다. 실무부서에서 3단계 평가에 대한 설명과 주의사항을 듣는 과정이었다. 1단계 평가는 서류평가다. 12명의 평가위원이 평가하는데, 1차에서는 위원 모두가 서류평가를 하고 그 결과를 2명의 위원이 더 심도있는 검토를 한다. 2단계 평가는 다른 위원들의 서류평가를 바탕으로 더 심도있는 검토를 한 후, 현장 평가를 하게 된다. 평택은 지난 9월 8일 현장평가를 받았다.

3단계 평가는 1단계와 2단계 평가의 결과를 통과한 지자체만 한 곳에 모여 12명 전원 평가위원 앞에서 프레젠테이션과 질의응답을 통해 최종 결과가 나오게 된다. 실무팀장의 입장에서 정말 살떨리는 평가가 아닐 수 없다.

지난 9월 8일 2차 평가 당시 평택에 방문하신 심사위원들의 질문은 주로 유물과 건축계획에 대한 것이었다. 질의 응답에 대한 내용은 현재 심사를 진행 중에 있는 관계로 자세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평택 지역 특성에 맞는 유물 수집의 방법, 박물관 건축 시 주의해야 할 사항 등에 대한 조언을 해 주셨다. 방문하신 심사위원 두 분께서는 보고와 질의응답 이후, 이미 건립되어 운영 중에 있는 수장고와 박물관 건립 예정부지를 둘러보고 평택을 떠나셨다.

 

3단계 심사를 통과하면 본격적으로 박물관을 건립하게 된다. 구체적 건립 계획과 일정은 어떻게 되나?

11월 중순 사전평가 결과가 나온다. 이후 행정절차인 투자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행정은 원래 이렇게 절차가 복잡하다. 평택박물관은 함박산 중앙공원 내에 약 370억 원의 예산으로 약 8000평방미터 규모로 건립될 계획이다. 2022년 중앙투자심사를 거쳐, 2023년 설계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건립을 하게 된다. 평택박물관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입지다. 고덕국제신도시 한가운데 들어서는 함박산 중앙근린공원. 또한, 바로 왼쪽에 (가칭)평화 예술의 전당과 중앙도서관, 오른쪽에 어린이창의체험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인구 55만을 넘어가는 평택시에 공공박물관이 지금껏 한 곳도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왜 지금껏 시립박물관이 없었나? 설립되는 박물관은 종합박물관인가, 역사박물관인가? 박물관의 구체적 컨셉은 무엇인지.

평택박물관은 종합박물관이다. 박물관 건립 토론회 당시, 토론자 중 한 분이 하셨던 말씀이 기억난다. ‘평택은 시골이다. 왜냐하면, 박물관이 없기 때문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과거 역사가 없는 지역은 하나도 없다. 평택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평택이 어떤 도시였는지, 알 수 있는 공간이 없다. 평택에서 태어나신 분들, 평택으로 이사오신 분들, 평택에 살고 계신 분들이 내가 살고 있는 이 공간이 어떤 곳인지를 보여주는 공간, 그러한 공간이 필요하다. 또한, 평택의 미래를 담고 싶다. 최첨단산업이 꿈틀거리는 이 도시의 모습도 박물관에 담을 것이다.

평택박물관의 컨셉은 ▲시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박물관 ▲포용의 도시 평택 ▲미래를 담은 박물관이라고 말하고 싶다. 평택박물관은 관(행정)이 만드는 박물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평택의 역사를 보면 이곳 평택은 포용의 도시이다. 수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이곳에 정착하여 살게 되었고 그 과정 속에서 평택은 살아 숨 쉬고 있는, 지금도 변화의 과정을 심하게 겪고 있는 도시다. 평택은 없는 것이 없다. 도시-농촌-어촌, 바다-산, 육군-해군-공군, 최첨단산업,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갈등상황까지… 그 과정의 모습을 담아내겠다. 마지막으로 이제 박물관은 박제된 공간이 아니다. 미래를 담는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재미없는 박물관이 아닌, 누구나 언제든 찾아와서 내가 살고있는 이 도시에 대한 정체성을 함께 이야기하며 생각하는 공간으로의 박물관을 시민과 함께 만들고 싶다.

평택에서 출토된 유물 약 2만점
그중 3천여점은 평택에서 전시가능
평택 유물 전시할 공간이 없었던 것

문체부 설립 사전평가 결과 
11월 중순 나올 듯
평가 통과되면 투자심사 거쳐 
2023년 설계 시작

평택시 수장고에서 박물관 설립 준비 작업에 한창인 문화예술과 박물관팀. 가운데가 정용훈 팀장, 왼쪽이 김경탁 학예사, 오른쪽이 박혜원 학예사.
평택시 수장고에서 박물관 설립 준비 작업에 한창인 문화예술과 박물관팀. 가운데가 정용훈 팀장, 왼쪽이 김경탁 학예사, 오른쪽이 박혜원 학예사.

평택엔 전시할 유물이 별로 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동안 각종 개발과정에서 발굴된 유물도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얼마 전 평택에서 출토돼 국가에 귀속된 국가 귀속 유물에 대한 조사용역을 실시했다. 전시 가능한 유물은 충분한가.

박물관의 기능은 전시, 연구, 교육이다. 많은 사람들이 전시, 즉 자료(유물)에 대한 수집, 정리, 보관만을 가장 큰 기능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지금 박물관의 기능은 그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연구와 교육의 기능뿐만 아니라, 박물관은 많은 시민이 재미를 느끼고 조금 더 수준 높은 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지역의 정체성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는 공간으로서의 박물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엇을 보여 줄 것인가?’ 묻는다면 ‘평택의 사람’을 보여줄 것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평택박물관은 평택 사람의 삶을 담는 박물관이 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유물들이 평택에서 출토되었지만, 평택에 박물관이 없었기 때문에 그 유물들이 국가에 귀속되었다. 그래서 올해, ‘국가 귀속 유물 조사’를 실시했다. 현재까지 평택에서 출토된 유물은 2만여 점이 넘는다. 이 가운데 전문가 자문을 받아 평택에서 활용할 가치가 있는 유물 약 3천여 점을 선별하였다. 평택박물관이 건립되면 전국 국립박물관에서 분산 보관하고 있는 이 유물들을 영구 대여의 형식으로 평택으로 가지고 와 전시에 활용할 계획이다. 전시할 유물이 없어서 박물관을 짓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박물관이 없었기 때문에 유물을 전시하지 못한 것이다.

 

인구 80만을 넘어 100만 도시로 발전할 평택시에는 박물관과 평화예술의전당뿐 아니라 시립미술관이나 공공 문화 시설에 대한 투자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며 느낀 평택시의 문화정책 현주소는 어떠한가. 앞으로 무엇을 더 보강해야 한다고 보는가.

평택시의 일개 팀장으로 평택시 문화정책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하지만, 앞으로 평택 문화 발전의 측면에서 가장 중요하게 모두가 생각해야 할 한가지 가치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그것은 바로 ‘신뢰’다. ‘공동의 목표를 향한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행정과 시민의 신뢰, 시민사회 각 단체들 간의 공동의 목표를 잊지 않는 신뢰, 행정 내부의 각 부서 간의 신뢰가 필요하다. 평택 공직생활 내내 그동안 개별적으로 만나온 모든 분들은 개인적으로 훌륭하다. 그 개개인의 훌륭함이 제대로 된 색깔과 향기를 뿜을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행정을 하게 되면서 수많은 문제들을 보아왔고 갈등들을 접하기도 했다. 진짜 문제는 서로 다른 생각이 충돌할 때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 하나 하나에 ‘평택 공동체’라고 하는 커다란 공동의 목표를 잊지 않는 서로의 신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그 밑바탕에 깔렸을 때, 갈등 해결의 과정을 통해 올바른 방향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평택시립 박물관도 ‘평택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데 작은 힘이 될수 있도록 박물관 건립에 최선을 다하겠다. 많은 시민들이 함께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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