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 혁 제

아침인데도 해는 떠오르지 않았다
벌써 밤을 알리는 달이 중천에 떠올라
낮과 밤이 없는 신대 마을의 야윈 삶을
골목 구석구석으로 몰아 냈다

아랫도리를 검게 드러내놓은 갯벌에
이젠 벗지 않아도 될밀물도 들어 오지 않았다
아이들이 띄운 연(鳶)이 하천부지에 떨어지던 날
토지분쟁 소송에서 패소를 하였다

개흙냄새를 빼앗긴 소작농 洞里
그곳은 신대 부락민들의 유배지였다
울분을 안고 죽은 장정들의 주검이
주소도 지번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미등기의 북해도

서해의 간간한 바람이
무리를 지어 고개를 쳐들고 있는
마른 독새풀들을 흔들어 댔다
멈추지 않는 세월의 한숨소리

보이지 않는 분쟁이 바람과 함께
검게 타들어 가며 늙어 갔다
죽어서도 북해도를 향해 눕는 소작인들

끝을 모를 朔望의 바람이 휘돌아다니는
하천부지 논배미에서 이태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낟가리를 치고 계셨다
서해의 비릿한 바람이 다시 불어왔다.

 

권  혁  제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단국문학상 신인상 수상
-시와문학, 사계문학 회원
-평택문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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