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험프리스와 송탄 오산공군기지가 들어서면서 평택지역에는 일찍부터 다양한 외국 음식점이 자리 잡았다. 햄버거, 피자를 비롯해 파스타, 타코, 케밥, 슈하스쿠(브라질 꼬치 요리) 등 다양한 요리 가운데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 남부지역 전통 음식인 케이준 봉지 해물찜을 파는 ‘오션 플로어’. 이곳은 혼성힙합그룹 ‘업타운’의 래퍼 카를로스(이현수‧43)씨와 아내 김하니(38)씨, 그리고 친구 김민(38)씨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매콤한 양념에 버무린 
미국식 해물찜

본토 양념 맛 그대로

세 사람이 평택에 가게를 열게 된 계기는 김하니씨가 첫 아이를 임신 중이던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쯤부터 해물 봉지찜의 매력에 빠졌고, 2015년 첫 아이 임신 뒤부터는 유독 먹고 싶은 음식이 된 것. 같은 해 12월 출산을 위해 카를로스씨와 귀국한 후에도 만삭의 몸으로도 봉지 해물찜을 파는 가게를 찾아갔을 정도다.

그러나 대부분 한국화한 양념을 사용해 본래 양념과 맛이 달랐고, 김씨는 양념을 구매해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직접 만든 봉지 해물찜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이후 카를로스씨가 2016년 주한미군 군무원(GS)으로 취직하고 평택에 정착하면서 김씨가 가게를 연 것.

처음에는 식당이 아닌 택배로 판매를 시작했다. 봉지 해물찜은 밀키트(손질한 식재료와 양념을 세트로 제공하는 제품)를 취급하다 2018년 11월 30일 가게를 열었다. 카를로스씨는 “집 안에 밀키트를 배송하기 위한 상자가 많이 쌓여 있는 것이 싫어 빨리 가게를 열자고 했다”며 웃었다.

 

꽃게·랍스터는 예약 필수 별미

이곳의 주력 메뉴는 단연 봉지 해물찜. 이 음식은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지방에서 사용하는 매운 양념인 ‘케이준 소스’를 사용한 요리다. 케이준 스타일 요리는 1755년 영국이 아카디아를 점령한 뒤 그곳에 살던 프랑스인들을 루이지애나로 강제 이주시키면서 탄생했다. 아카디아(현 노비스코샤)에 사는 사람을 의미하는 ‘아카디앙’이 현지인들에게 ‘케이준’으로 와전되면서 이 지역 프랑스인들이 먹던 요리까지 지칭하게 됐다.

이곳에서 파는 봉지 해물찜은 카옌페퍼(북미 자생종 고추)가 들어간 양념에 옥수수·소시지·새우·감자·초록입홍합을 넣고 버무린 것이다. 이름 그대로 봉지에 모든 재료를 넣고 함께 흔들어 섞는다. 케이준 양념에 버무린 꽃게, 가재, 랍스터도 인기 있는 메뉴. 콤보로 주문하면 봉지 해물찜 1인분도 함께 나온다.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이른 오후부터 품절 된다.

김하니씨는 “봉지 해물찜은 과거 전장이나 선상에서 먹던 음식으로 식지 말라고 봉지에 넣기 시작한 데서 유래했다”며 “뜨거운 음식이 닿아도 녹거나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도록 공장에 별도로 주문하는 두꺼운 친환경 봉투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김민, 카를로스, 김하니 씨
왼쪽부터 김민, 카를로스, 김하니 씨

길에서 마주쳐도 편히 대해달라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고객 대부분이 외국인이란 점. 미군이나 기지에서 근무하는 계약직 노동자다. 그들에겐 한국에서는 흔치 않은 고향 음식을 파는 식당인 셈. 최근에는 미국에서 먹었던 기억에 봉지 해물찜을 맛보기 위해 찾아오는 한국인이나 카를로스씨가 식당을 한다는 소식을 들은 팬들도 있다.

카를로스씨는 “밖을 다니다 보면 또래인 사람들이 많이 알아본다. 긴가민가하며 쳐다보는 사람이 있다면 먼저 ‘하이’하고 인사를 건네면 그제서야 비로소 확신한다”며 “운전하면서 음악을 듣다 보면 매일 음악을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하지만 아이들과 조카들을 돌볼 생각을 하니 그럴 시간이 없다”고 웃었다. 이어 카를로스씨 내외는 “길을 가다 마주쳐도 편하게 대해달라”고 평택시민독자들에게 안부를 전했다.

 

∎가격: 오션(봉지 해물찜) 1인 20000원, 오션 2인 46000원, 오션 3~4인 72000원, 크랩 27000원(콤보 48000원), 가재 27000원(콤보 72000원), 랍스터 28000원(콤보 55000원), 케이준‧크림파스타 15000원
∎주소: 팽성읍 원정리 102-35(팽성북로23)
∎영업시간: 오전 10시 ~ 오후 9시 (매주 월요일 휴무)
∎전화번호: 070-8113-5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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