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대로 
행하는 자발적 거리두기가 필요
탁족 즐기던 조상의 피서법 거울삼아
4차 대유행 슬기롭고 안전하게 넘겼으면

김인수 시인                          인산편지 작가                        전 수도군단 부군단장                 평택고 졸업
김인수 시인
인산편지 작가
전 수도군단 부군단장
평택고 졸업

바야흐로 계절은 한여름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이 한여름이 되면 더위를 피하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산과 바다, 계곡이나 물가로 가서 더위를 피하는 피서가 바로 그것입니다.

지금이 바로 이런 한여름이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겪지 못했던 한여름의 모습을 벌써 2년째 겪고 있습니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숨이 막힐 지경인데 거기에다가 마스크로 중무장까지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2년 전에 처음 코로나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거라 여겼습니다. 그동안 발생했던 신종플루, 사스, 메르스 등도 다 이겨냈었기에 그런 희망을 품는 건 당연했습니다.

그런데 이 코로나19라는 놈은 참으로 지독하고, 예상외로 끈질깁니다. 이제는 델타(인도형) 변이 바이러스라는 새로운 이름까지 붙어 여전히 우리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다시 확산이 증가되는 추세에 있고, 우리나라도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여기저기서 4차 대유행이라고 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 국민이 마스크를 쓰고, 생활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참아왔고 백신 접종도 많아지면서 이제는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또 다시 마음이 덜컥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생업에 직격탄을 맞은 분들은 얼마나 마음이 무거울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연일 대책을 마련하면서 또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한다고 하고 있고 국민들은 저마다의 삶터에서 다시 허리 끈을 조이며 방역과 생계의 무게를 짊어지고 힘겹게 싸우고 있는 요즘입니다. 한여름의 무더위와 싸우는 건 일도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대로 지금 4차 대유행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주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다양한 백신의 개발로 코로나19가 정복될 것이라고 믿었는데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출몰했다고 하니 걱정이 태산입니다. 이 변이 바이러스를 과연 기존의 백신으로 잡을 수 있는지 의구심도 커져만 갑니다. 특히 생계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은 분들의 걱정과 고민은 4차 대유행과 더불어 점점 더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헤쳐나갈 해법은 정말 없는 걸까요? 인내에 한계가 왔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언제까지 더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걸까요? 다시 허리끈을 졸라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얼마 전에 필자가 전해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분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돈만 많으면 몇 가구 안 사는 유인도 섬에나 가서 운동이나 하면서 그동안 바빠서 미루던 글이나 쓰겠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상황이 좋아져 안심될 때 가족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겠다는 공상도 해본 적이 있다고 말입니다. 말은 계속 이어집니다. 실감나도록 직접 옮겨보겠습니다.

“비겁해 보여도 피하고 봐야겠다는 안전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혀 안 움직일 수도 없고 움직이자니 두렵다. ‘나는 안 걸리겠지’ 하던 걸 ‘나도 걸릴 수 있겠다’로 갔지만 이제는 ‘내 앞 사람이 걸렸다’로 여기며 화근이 지날 때까지 숨 죽여 살아야겠다. 오늘도 1000명 대를 넘었다. 이 포화를 면하고 나가야 할 방도를 더 찾아야겠는데 뜻대로만 안 되는 직면한 현실에 최선의 자구책은 무얼까. 자신부터 살면 옆 가족도 덩달아 살게 되는 게 맞을까?”

들어보니 어떻습니까? 비단 한 사람만의 생각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런 마음을 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저는 그 분의 말 속에서 아주 귀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냥 엉뚱한 상상이나 공상으로만 치부할 게 아니라 정말 지혜로운 생각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진정한 거리두기입니다. 방역 당국에서 행정명령을 발령하여 강제로 이행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대로 행하는 자발적 거리두기라고 생각합니다.

옛날 조상들도 요즘 같은 한여름이 되면 ‘탁족’이라 하여 조용한 계곡이나 냇가에서, 아니면 대야에 물을 떠놓고 발을 담그면서 더위를 피했습니다. 지금 이 시대에도 이런 조상들의 지혜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꼭 유인도가 아니더라도 홀로 또는 가족과 함께 조용한 곳을 찾아 피서를 즐기면서, 책을 읽으면서 진정한 거리두기를 하는 것은 어떠신지요? 모쪼록 한여름과 함께 다가온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시기를 다함께 슬기롭고 안전하게 넘기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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