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섶길’은 평택의 작은 길들이다. 16개 코스 오백리에 이르는 길은 물안개 피어오르는 호수 곁에, 호젓한 숲에, 고즈넉한 시골 마을에, 유서 깊은 시내 골목과 재래시장 등 다양한 곳에 이야기와 함께 짜여 있다. 섶길 여정에는 문화유산과 기념물, 역사 인물에 대한 테마들이 있다.

공직 은퇴 후 취미생활을 찾던 중 섶길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필자는 평택에서 나고 자랐지만 섶길을 처음 걷는 날 곳곳에 숨어있는 경관이 놀라웠다.

필자는 그림 그리기에 약간의 소질이 있어 평택섶길 풍경을 펜화로 그려 간단한 글과 함께 평택시민신문에 한달에 한번 연재한다. 이번 연재를 통해 많은 분들이 섶길을 함께 걸으며 우리 고장을 더 알게 됨은 물론 건강과 즐거움을 얻는 좋은 기회가 되길 소망한다.

무봉산길 진위향교와 회화나무

진위향교 홍살문을 들어서자 진한 꽃향기가 퍼진다. 쥐똥나무꽃이다. 제철이 오면 어김없이 피어나는 꽃들이련만 그 향기의 느낌은 매번 또 새롭다.

진위향교는 무봉산 기슭의 짙푸른 송림 아래 남향으로 자리 잡았고 그 앞엔 유유히 강물이 흐른다. 평택시의 비상 식수원인 국가하천 진위천이다. 유가(儒家)의 성현들을 모신 제례 공간인 대성전은 경기도문화재자료 제40호다. 아래는 강학 공간인 명륜당.

명륜당 양쪽에 유생들의 기숙 공간인 동재(회화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와 서재가 있다. 왼쪽 서재 옆의 솟을문은 담 밖에 있던 측간을 다니기 위한 문이었다. 지금 측간은 헐리고 없다. 외삼문 아래쪽에 있는 교육관, 관리사 사무공간 등은 근자에 지어졌다.

향교에서는 매년 한 번씩 석전(釋奠, 음력 2월과 8월 문묘에서 공자를 비롯한 유교 성현에게 올리는 제사) 행사와 매월 두 번씩 분향 행사를 봉행한다. 전교인 안석준씨는 진위면 토박이로 공직에서 은퇴한 분이다. 굵직한 저음에 항상 노소를 가리지 않고 예를 갖춰 대하는 그는 매사에 성실하고 대인관계가 좋아 10년 전에 이어 두 번째로 전교직을 맡고 있다.

진위향교의 관할 지역은 송탄출장소 지역과 청북읍이 해당한다. 그 외 다른 지역은 팽성읍 객사리에 소재한 평택향교 관할이다.

외삼문 후면엔 30m 높이의 250년 이상된 회화나무와 느티나무 군락이 있다. 회화나무는 그 가지의 뻗음이 자유로워 학자와 선비의 기개를 상징한다. 향교나 서원, 걸출한 선비의 집 주변에 회화나무를 심었던 이유다.

오래된 나무는 소중하다. 푸르름과 그늘을 제공함은 물론 서 있는 그 주변에 품격을 준다. 나무를 베어버리긴 쉽지만 큰 나무가 되려면 오랜 세월이 걸리니 긴 세월 수많은 사연을 간직한 큰 나무의 가치를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겠는가.

진위향교는 무봉산길의 종착 지점이다. 무봉산길은 평이한 코스는 아니다. 진한 땀 흘리며 한 바퀴 돌고 나면 개운하고 몸도 가벼워진다. 땀 흘려 걷고 나면 시장기도 느껴지는 법 주변에 누룽지 백숙, 곱창찌개, 김치찌개 등 맛집도 몇 군데 있음을 참고하실 일이다.

이계은평택섶길해설사전 평택시 송탄출장소장
이계은
평택섶길해설사
전 평택시 송탄출장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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