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말 오성면 당거리 마을 한가운데에 카페 ‘그래비티 오성점’이 문을 열었다. 카페 주변으로 마을주민이 농사를 짓는 논밭이 끝없이 펼쳐졌다. 실내에선 통유리 너머로 한적한 시골 풍경을 감상하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오션뷰 카페는 봤어도 농촌뷰는 처음이라 신선하다. 번잡한 도시를 벗어나 시골에 홀로 뚝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라 그 매력이 남다르다.
고요한 분위기 속 ‘논멍’
농촌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모던하고 세련된 건물은 단연 눈에 띈다. 들어서니 흰색을 주조로 해 우드톤을 가미한 실내는 현대적인 호텔의 로비를 연상시킨다. 시원하게 탁 트인 창, 곳곳에 놓은 파릇파릇한 식물들, 조명부터 커피 잔까지 하나하나 신경 쓴 세심함이 느껴진다.
자리를 잡고 앉아 탁 트인 창 밖을 내다보면 자연스럽게 ‘논멍’(논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을 하게 된다. 평범한 농촌마을이 보인다. 멋지거나 잘 꾸며진 풍경은 아니다. 햇살을 받으며 초록빛 모가 자라는 논, 마당에 텃밭이 있고 과일나무가 자라는 나즈막한 집들, 멀리 모이는 오성강변 그리고 농촌 특유의 고즈넉함…. 보고 있노라니 높은 건물에 갇혀 지내며 복잡했던 머릿속이 고요해지고 그냥 편하다.
오은숙(47) 대표는 “30~40대가 주 고객층일 것 같지만 60대 이상까지 고객 연령대가 넓다”며 “우연히 들렀다는 한 60대 어르신은 앉아있기만 해도 좋더라 하시더라”고 말했다.
1년의 치열한 준비 끝에 문 열어
이곳을 열기까지 오 대표는 끊임없이 고민했다. 사실 농촌마을과 카페는 썩 잘 어울리는 조합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그는 “위치 때문에 잘 될 거라고 100% 확신할 수 없었다”면서 “그래서 오신 분들이 다시 찾는 곳으로 만들려고 정말 꼼꼼하고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우선 커피 맛을 고심해 결정했다. 유명 프랜차이즈부터 근처 유명 카페를 다니며 수십 수백 잔의 커피를 마신 끝에 그래비티를 선택했다. 오 대표는 “그래비티 커피는 바디감이 중후하면서 뒷맛이 깔끔하다”며 “본사에서 아로마가 살아 있는 원두를 받아 단 1초의 오차도 없이 추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커피와 함께 베이커리도 신경 썼다. 최상급 버터 등 좋은 재료를 아끼지 않고 만든 케이크와 제과 20여 종이 갖춰졌다. 진열대를 가득 메운 이탈리안 티라미슈, 크림브륄레치즈수플레, 인절미콩고물케이크, 단호박치즈케이크, 리얼카카오크런치케이크 등은 무엇을 골라야 할지 고민에 빠지게 한다. 크로플도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과 혼자 먹기에 넘칠 정도로 푸짐한 양으로 인기가 높다. 곁들이 시럽은 용과·블루베리·사과 등을 넣어 색도 곱고 맛도 상큼하다.
키위 씨까지 신경 써 만드는 정성
커피뿐 아니라 에이드·주스·스무디는 신선하고 싱그럽다. 주문을 받으면 생과일을 갈아 만든다. 요새 강한 단맛을 선호하는 추세라 과일만으론 충분한 당도를 맞추기 어려워 레몬설탕을 가미한다. 레몬설탕은 잘 손질한 레몬 껍질을 갈아 설탕과 버무리는 방식으로 직접 만드는데 달콤새콤해 과일과 잘 어울린다.
과일을 갈 때도 노하우가 필요하다. 맛과 향을 최대한 살리면 과일별로 가는 방법이 다르다. 키위의 경우 씨가 있어 그대로 갈면 마실 때 깔끄러운 느낌이 들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10초 간격으로 믹서를 껐다 켰다 하며 씨가 갈리지 않게 조심하면 목넘김이 한결 부드러워진단다.
오 대표는 “우리 카페가 좋은 평가를 받는 데에는 주변 자연을 만들어준 주민 분들이 있어서라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으로 잘 지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며 “카페가 들어오고 ‘동네가 환해졌다’ ‘동네가 예뻐졌다’고 말씀해 주시면 뿌듯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메뉴: 에스프레소·아메리카도 4500원, 콜드브루·방탄커피 5000원, 카페라떼 5000원, 히말라야라떼 6000원, 흑당 에스프레소 라떼 6500원, 생자몽·생레몬·고흥유자·백향과 에이드 6500원, 과일 주스·스무디 6500원, 각종 케이크 4500~6500원(조각당)
■주소: 평택시 오성면 당거1길 6-4
■전화: 031-683-23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