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샤대학 대학원
초빙교수
전 평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평택시는 2025년까지 시비 900억 원을 투입해 평택역 주변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기차나 전철을 이용하는 역세권 플랫폼은 많은 사람이 왕래하는 곳으로 장사도 잘되고 상권이 살아 움직이는 곳이지만 최근 소사벌과 고덕국제신도시가 개발되고 인근에 스타필드가 개점하면서 현상 유지라도 되던 평택역세권은 사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시대 흐름에 발맞춰나가지 못하면서 정체 현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필자가 외지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자존심이 상할 때가 있는데 평택을 여러 번 지나치면서도 막상 평택에 내려서 땅을 밟아본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던 가운데 3년 전, 평택대에서 학생을 가르쳤던 필자에게 평택을 소개할 기회가 찾아왔다. 평택뿐만 아니라 대전·전주·천안·수원·서울 등지 대학에 재직하는 교수들이 회의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다. 때마침 교통이 편리하고 중간지점인 평택역 근처에서 회의를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왔다. 그래서 곧바로 AK백화점과 주변에서 빔프로젝터를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알아봤으나 찾지 못했다. 수원역세권도 마찬가지여서 회의 장소는 결국 교통비와 시간을 들여 용산역사 회의실로 모일 수밖에 없었다. 많은 인원은 아니었지만 아쉽게도 평택역 주변으로 올 손님 10여 명을 용산역세권으로 빼앗긴 셈이 되었다.
평택역 주변 복합문화공간
개발의 생명은 사람이 모여드는
인프라 구축에 달려 있어
이러한 점을 고려해 평택역 주변 복합문화공간 설계를 위하여 다음 다섯 가지를 제언한다. 첫째는 평택역사 주변에 중소 규모(5~20여 명)의 회의 공간의 설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평택역은 수시로 오가는 전철은 물론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열차와 지제역에 SRT 고속철도가 정차하면서 수도권과 지방을 연계하는 중심지역이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능하면 평택역 주변으로 설립되는 건물에 최소 2~3개 층은 무료 또는 전기세 정도만 지불하고 사용할 수 있는 중소규모의 회의 공간 확보가 필요하다.
둘째는 수원역 시설을 참고로 하여 지하에 주차장만 설계할 것이 아니라 지하 1층에 지하상가와 주차장을 함께 설계할 것을 제안한다. 지하 공간도 박애병원에서 평택역을 바라보면서 좌측 시외버스터미널과 우측 통복시장 방면으로 T자형으로 지하공사를 확대하면 좋을 것이다. 예산만 확보된다면 지하 1층은 상가로 지하 2층은 주차공간으로 설계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만하다.
셋째는 안산역사 앞을 모델로 하여 외국인노동자나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회의를 열 수 있는 다문화거리의 조성과 미군과 미군 가족을 위한 국제교류(다문화)센터를 조성하는 방안이다. 외국인노동자 결혼이주여성들이 평택역에 나왔다가 잠시 머물면서 다양한 정보를 교환하고 회의실 쉼터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평택역 주변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말에 나와서도 카페나 식당 외에 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상담을 해줄 만한 곳이 매우 부족하다. 작년도에 다른 칼럼 작성을 위해 통복시장 임경섭 상인회장을 만났다. 임 회장은 통복시장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은 가장 큰 손님들이라고 했다.
넷째는 먹거리, 놀거리, 볼거리 등을 짧은 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서울 홍대앞 모델의 연구가 필요하다. 평택역 주변에는 평택과 안성 소재 대학 외에 인근 충남 소재 대학의 많은 스쿨버스가 학생들의 승하차를 하고 있어 귀갓길에 평택역에 내린 학생들이 선호하는 만남의 광장을 마련해 잠시라도 머물게 한다면 상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평택역 주변의 교통체증을 이유로 스쿨버스가 정차하지 못하도록 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많은 스쿨버스가 평택역을 이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평택역 광장에 평택을 빛낸 역사인물인 안재홍, 원심창, 지영희 등에 대한 동상이 건립되었으면 한다. 또 평택의 전통적인 맛집들이 역세권 가까운 곳으로 이전하고 현대적으로 시설을 정비하는 것이 평택역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평택역 주변 복합문화공간 개발의 생명은 사람이 모여드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달려 있다. 앞으로 평택을 오가는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짧은 시간이라도 머물면서 다양하고 재미있는 일들을 경험하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