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임새 있는 마을활동가이자 공연기획자가 꿈
높은 빌딩 우거져도 문화 없다면 도시 발전 못 해 
지연인재 발굴하고 평택문화 발전시켜나갈 것

평일초등학교 정문에서 길을 건너 평일아파트 상가동으로 걷다보면 작은 건물 하나가 눈에 띈다. 암회색 벽에 새빨간 동백이 한가득 핀 벽화가 있는 곳 ‘안나의 뜰’이다. 작은 공판장이던 이곳에 벽화를 그리고 화단을 만들어 가꾼 것은 공연기획사 더블에스아트컴퍼니와 문화공동체 행복작당소의 박경선(52) 대표다. 두 단체는 박 대표가 2019년 설립했다. 평택시여성합창단에서 사무국장으로 활동했던 그는 본격적으로 축제와 공연기획에 뛰어든 지 2년여인 지난해 12월 오페라 ‘어사 박문수’를 무대에 올리는 등 기획자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백신 접종과 함께 다시 문화행사가 기지개를 켜고 있는 6월 평택 공연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박경선 대표를 만났다.

 

마을활동가로 공연 기획 첫 발

박 대표가 안나의 뜰을 연 것은 지난해 10월. 세교동에서 같은 이름의 카페를 정리하고 문화예술 사업을 시작하면서 합정동으로 이전해 공방이자 사무실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그가 처음 문화예술 기획을 시작한 것은 2018년이다. 당시 카페에서 축제를 연 것이 계기다. 상가 활성화를 위해 2.1지속가능재단의 사업에 공모해 ‘세교57번가 소확행 축제’를 연 것. 콘서트, 전시회, 벼룩시장, 체험행사를 진행했다. 이것이 공동체 문화활동가로서 첫 발을 내딛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지역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모으기 시작했다. 사진사, 마술사 등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 그렇게 ‘행복작당소’가 탄생했다. 현재는 예술 분야를 전공하는 자녀가 있거나 공연 관람·공예 활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예전에 카페에서 추구했던 것들을 여기에서 이어가고자 작은 복합문화공간으로 구성했습니다. 카페가 아닌 공방이자 사무실로 운영하고 있어요. 현재 수제 석고 방향제 제작, 가죽공예, 풍선 아트, 꽃꽂이를 하는 선생님 네 분과 함께 공동체 문화활동 공간으로 꾸려가고 있습니다.”

계획한 바대로 행복작당소는 평택지역 곳곳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2019년 ‘배다리생태마을 이웃사이축제’를 시작으로 소사벌 상가 ‘비긴어게인평택’, 안정리 예술인광장 ‘외국인과 함께하는 투게더콘서트’, 오성면 ‘안심들녘콘서트’를 열었다.

올해부터는 안나의 뜰 앞에서 계절별로 작은 길거리 축제를 연다는 계획이다. 지난 4월에는 ‘벚꽃길 오프닝 파티’를 열었다. 그는 “이 골목에는 꽃집도 있고 다른 공방도 있고, 라이브 공연을 하는 식당도 있다”며 “함께 문화의 거리로 만들어간다면 지역 상권도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페라 어사 박문수로 능력 십분 발휘

공연기획자로서 박 대표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행복작당소가 공익문화예술활동을 위한 그의 전진기지라면 더블에스아트컴퍼니는 공연 전문기획자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한 회사다.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2019년 6월 평택에서 ‘제4회 경기도신기술건설박람회’ 개막공연을 맡아 평택지역 타악그룹 ‘진명’과 팝페라 그룹 ‘디크로스’를 섭외해 무대를 꾸몄다. 11월에는 ‘평택YMCA 평화음악회’를 맡았다. 직접 공연팀을 섭외했고 공연이 열리는 남부문예회관에 맞춰 무대 디자인과 홍보까지 혼자서 책임졌으며 사회자 역할까지 소화하면서 무사히 공연을 마쳤다.

‘어사 박문수’의 기획을 권유받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적은 예산으로도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치기 위해 노력했다. 부족한 역할에도 스탭들이 1인 다연을 맡아가며 힘을 모아 만들었다.

“박문수는 평택에서 나고 자란 인물인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평택을 좋아합니다. 내가 나고 자란 고장을 오페라로 알린다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공연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호평을 받았으니 내년에는 무조건 대면으로 전막을 무대에 올리고 싶어요.”

전문기획자로서 내실도 단단히 다지고 있다. 2019년 회사 설립과 함께 대학원에 진학했고, 지난 2월 예술학 석사를 마치며 전문기획자로서 발돋움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오랜 시간 합창단 활동을 했고 현재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지만 예술을 전공하진 않았다”며 “학문적으로 예술을 공부하고 나름대로 정리하고 싶어 늦깎이 대학원생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공부를 하며 그동안 꿈꾸고 지향해온 바들이 이론적으로 정리되니 많은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지역 청년예술가 발굴 주력 중

박 대표가 진행하는 공연에 참여하는 이와 공연팀 대부분 평택 출신이거나 평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다. 어사 박문수 오페라에서 박문수의 아역을 맡은 이도 평택 출신의 뮤지컬 배우 홍승연(내기초5)이다. 그는 6월 새로 제작하는 뮤지컬에도 평택대 학생이나 평택 출신 청년들을 작곡가와 시나리오 작가로 공모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역 청년예술가로 자리 잡을 계기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평택은 인재들이 많지만 자신의 재능을 펼칠 기회가 많지 않아요. 평택의 젊은 예술단체들이 지역에서 활동해야 합니다.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면 평택은 손해죠. 이들이 활동해 성장할 기회를 마련하는 것은 기성 예술단체나 활동가들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지역에 새로운 단체나 청년예술단체가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지원을 형평성 있게 분배해야 합니다. 그래야 기존 단체도 새로운 자극을 받고 함께 발전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그런 기회를 우리가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기존의 축제도 많은 점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평택에서 이뤄지던 축제는 축제의 형식이 아닌 행사의 형식”이라고 지적했다. 축제의 정의는 ‘사람들이 오랜 시간 체류·참여하고 그것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활동’이지만 평택의 경우 축제 대부분이 일회성으로 그치는 탓이다. 그는 원인을 콘텐츠 부족에서 찾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평택에 대한 이해가 높은 지역 예술가들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도시에 문화가 없다면 아무리 높은 빌딩이 우거져도 발전하지 못한다”며 “평택에서 쓰임새가 있는 공연기획자이자 마을활동가가 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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