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갑은 평소 자신이 굴삭기를 주차하던 공간에 을이 차를 주차해 놓았다는 이유로 을의 차량 앞쪽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뒤편에 굴삭기 부품을 각각 가져다 놓아 을이 18시간 동안 자신의 차량을 움직일 수 없게 했습니다. 이러한 경우 갑은 어떤 형사상 책임을 지게 될까요?
A. 이 사례는 최근 대법원 판결을 토대로 구성해 본 것입니다.
갑의 행위는 장애물 설치 행위로 을의 차가 운행될 수 없도록 한 것인데 이러한 경우에는 먼저 형법 제366조 재물손괴죄를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700만원 이하에 처한다’라고 규정돼 있습니다.
망가뜨리거나 숨겨 놓지 않아도
목적대로 이용 못하게 방해하면
형법 제366조 재물손괴죄 성립
여기서 ‘손괴’는 말그대로 망가뜨리는 것을 이르며 ‘은닉’은 숨겨 놓아 쉽게 찾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형법은 이러한 손괴나 은닉을 예시로 규정하며 다른 방법으로 재물의 효용을 해한 경우에도 처벌하도록 규정합니다. 즉 다른 사람의 물건을 망가뜨리거나 숨겨 놓는 경우가 전형적인 재물손괴 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사례에서는 갑이 을의 자동차를 망가뜨리거나 숨겨 놓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장애물 설치로 을의 자동차 운행을 방해한 것이 재물손괴 행위에 해당하는지가 쟁정이라 할 것입니다. 사건을 다룬 1심 법원은 “을의 자동차에 어떠한 손상을 가하지 않았고 자동차의 운행 기능에도 문제는 없었기 때문에 재물손괴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으나 2심과 대법원은 “을의 자동차 자체가 망가지거나 기능 자체가 손상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본래 목적인 운행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재물손괴죄가 성립한다”라고 판시했습니다. 을의 자동차가 손상된 바는 전혀 없었지만 장애물 때문에 을이 18시간 동안 자동차를 운행할 수 없었으므로 을의 자동차 운행을 방해한 갑의 행위는 재물손괴죄에 해당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대법원 판결은 재물손괴 행위를 그 재물의 본래 목적에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행위까지 해당하는 것으로 비교적 넓게 본 것으로 판단됩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사법고시 45회,
사업연수원 35기전
서울북부지검 수석검사
평택법원 앞 성진빌딩 302호
☎ 031-652-0012
나아가 을이 자동차 운행을 하는 것은 그의 업무라 볼 수도 있고 갑이 장애물 설치 등으로 을의 자동차 운전 업무를 방해하였으며 장애물 설치가 위력을 사용한 것으로 본다면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재물손괴로만 기소되어 법원이 재물손괴죄 성립 여부만 판단하게 된 것입니다.
앞으로 다른 사람의 재물을 사용할 수 없게 하는 행위는 처벌이 된다는 점을 유의하셔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재물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되면 변호사 등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조치를 취하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