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통에 심은 사랑

백일홍이 싹을 틔웠다

4월초쯤 흙을 긁어 포실하게 만든 뒤 씨앗을 뿌렸다
물을 주고 들여다보기를 달포쯤 하니 뾰족이 싹이 올라왔다
올라온 싹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마주한 잎이 정겹고 사랑스럽다

백일홍 씨앗을 뿌릴 즈음
나는 너에게 손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넣었다
그 후, 날마다 우체통 밭에 사랑씨앗을 뿌린 마음으로
너의 답장을 기다렸다

백일홍이 싹튼 오늘
너에게서도 기쁜 소식이 올 것만 같다

 

만화방창

홍매화 휘추리 끝에 꽃봉오리가 달렸다
딸기맛 츄파춥스 알사탕이 올망졸망 달린 모습이다
한 알 따서 입에 넣으면
달콤한 딸기맛이 온몸에 빨갛게 퍼질 듯하다

봄은 얼어붙은 땅 위에 단단한 고목 늙은 줄기를 타고
차갑게 말라 거친 가지 끝에
빨간 츄파춥스 알사탕을 매달았다

고개 돌려 사방을 둘러보니 등심붓꽃, 원추리, 은쑥, 상사화가 파르파릇
온통 만화방창인 것을
나만 얼어붙은 마음으로 겨울 속에 있었다

츄파춥스 알사탕 하나 따서 입에 무니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내 몸도 만화방창을 누린다

채미경 시인평택문인협회 회원계간『문학과 창작』 등단2018 '숲속의 시인학교 시인상 수상캘리그라피 '흙꽃 갤러리' 운영도예가
채미경 시인
평택문인협회 회원
계간『문학과 창작』 등단
2018 '숲속의 시인학교 시인상 수상
캘리그라피 '흙꽃 갤러리' 운영
도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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