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지원정책은 효능감 낮게 느껴져
결혼은 긍정적이지만 생계 걱정 커
기성세대 경험 요즘 시대와 안 맞아
요즘 청년 이해하려는 노력 필요

좌담회 참석자강혜미(28) 액세서리 제작·판매김유정(24) 평택안성흥사단 활동가이창래(31) 예술가·카페를 운영정소라(31) 평택동에서 식물 판매황준원(27) 제조업체에서 재무관리(위부터 아래로)
좌담회 참석자
강혜미(28) 액세서리 제작·판매
김유정(24) 평택안성흥사단 활동가
이창래(31) 예술가·카페를 운영
정소라(31) 평택동에서 식물 판매
황준원(27) 제조업체에서 재무관리
(위부터 아래로)

지난 5월 17일은 성년의 날이다. 성년이 된 청년을 사회가 축하하는 날이다. 그러나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날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기준 청년 실업률은 8.1%다. 취업 시장에 나온 일자리 대부분은 비정규직이거나 최저임금 이하로 운영되는 인턴이다. 오르는 집값에 내 집 마련의 꿈은 접은 지 오래다. 결혼·육아를 포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포기하는 것이 늘어나니 현 청년세대를 지칭하는 말로 N포세대(연애·결혼·출산 등 n가지를 포기한 청년 세대)가 등장했다. 어느새 ‘청년’은 우리 사회에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삶의 무게를 견디는 사회적 약자를 의미하게 되었다.
기성세대는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일자리가 많다.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말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헬조선(희망 없는 사회라는 의미로 지옥(Hell)과 조선(朝鮮)을 합친 신조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는 자조적인 젊은 층의 신조어에서 알 수 있듯이 희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비단 일부 청년만의 문제는 아닐 터다. 성년의 날을 맞아 평택지역 청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5월 15일 안중읍의 한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성년이 된 지 수년이 지났는데 어른이 됐다고 느끼는가

김유정 아직 아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생 때는 20대 중반인 사람을 보면 어른처럼 느껴졌는데 막상 그 나이가 되고 나니 그렇지가 않다. 어른이라면 어떤 상황을 스스로 해결하고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황준원 부모님 세대의 20대 중반이면 자식 낳고 가정을 이뤘지만 지금 20대 중반은 상상하기 어렵다. 20~30년 동안 시대가 바뀐 것이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어른이라 하기 어렵단 생각이 든다.

이창래 결혼을 하거나 아이가 있어야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쉽게 겪을 수 없는 경험이고 책임감이 따를 것이다. 반대로 책임질 가정이 없으니 청년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청년으로서 당면한 현실적인 문제는

정소라 자영업자 입장에선 생계다. 자영업을 시작한 지 4년째인데 매번 새로운 문제에 부딪힌다. 비수기 대처법 등은 경험이 있어야 터득할 수 있는 노하우다. 가게 주변 상인들과 이야기하면서 도움을 받고 있지만 이런 것을 알려주는 제도가 있었으면 한다. 통복시장 청년숲처럼 청년몰을 지원해주는 것도 좋지만 창업을 한 청년들에겐 노하우가 필요하다.

강혜미 생계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돼야 다음으로 주거 문제도 생각할 수 있다.

이창래 직업 없이 그림을 그린 적이 없다. 일과 작업을 병행하는 피로감이 크다. 한 공간에만 갇혀 있으니 때론 가게가 창살 없는 감옥같이 느껴진다. 비수기에 받는 스트레스도 어마어마하다. 유명한 작가들은 이렇게 힘들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전시를 열고 작품 하나 판매하면 1년 생계비가 나온다. 서울은 예술품 옥션도 많다. 반면 지방은 판매구조가 갖춰지지 않아 창작 활동을 하기 힘들다.

황준원 창업을 했었지만 폐업하고 직장에 취업한 뒤 빚을 갚고 있다. 현재 상황보다 앞으로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10년 뒤에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존재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기술 발전으로 사라지는 직업이 많아지면서 현재 직업·직종의 존재 여부 자체가 고민이다.

 

청년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정소라 실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이 많지 않다. 조건이 맞지 않아 받을 수 없는 것이 많다. 현재 자영업자로서 받는 지원이 더 많지 청년 개인으로서 해당하는 정책은 적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을 위한 실무적인 도움이 있었으면 한다.

김유정 청년이라고 표현하지만 지원 대상과 기준이 정해져 있다. 청년지원정책이 많아졌다는데 비영리민간단체 소속이라 지원받지 못하는 점이 많다. 흥사단은 중소기업에 포함되지 않아 지원받지 못하는 현실에 좌절한다. 활동가처럼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이 많을텐데 그저 보여주기식으로 정책을 남발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창래 청년 예술가로서 받을 수 있는 지원이 거의 없다. 서울만 해도 갤러리에서 전시할 때 문화재단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전시 후원에 문화재단을 표기하면 제약 없이 자유롭게 전시를 할 수 있다. 반면 평택은 요구조건이 너무 많고 까다롭다.

황준원 청년내일채움공제 등이 과연 청년들에게 좋은 제도인지 모르겠다. 중간에 퇴사하면 안 되니 회사에서 직원을 묶어두는 노예계약처럼 느껴진다. 피치 못할 경우 구제방법이 있었으면 한다.

 

결혼에 대한 생각은

황준원 결혼은 하고 싶다. 결혼으로 가족이 되면 서로 많은 것을 의지할 수 있다. 혼자 살면 덜 행복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일례로 여행을 다녀온 뒤 본 것을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한다면 슬플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가장 친한 친구를 만드는 것이 결혼이라 생각한다.

강혜미 결혼하고 싶지 않다. 외롭거나 심심하면 가정을 꾸리는 것을 상상해볼 수 있겠지만 혼자 사는 것이 편하다. 타인과 만나 결합하는 문제니 만큼 신중하게 고민할 문제다.

정소라 하지 않겠다 생각해본 적은 없다.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싶다.

이창래 같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만나 생계 걱정 없이 작업하는 것. 나와 닮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꿈꾼다.

김유정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혼자 살 수 없다. 누군가와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속에서 더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상대가 있었으면 한다. 친구로는 대신할 수 없다.

 

스스로를 꼰대라고 느끼는가

정소라 이제 스스로를 꼰대라고 느낀다. 어린 친구들에게 조언하려는 모습을 자각할 때마다 말을 아끼게 된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꼰대다.

강혜미 기성세대가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이 싫은 만큼 어린 친구들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황준원 ‘이 말을 하면 꼰대인가’란 생각이 든다면 이미 꼰대다. 살아온 시대가 다르면 자연스레 꼰대가 될 수밖에 없다.

 

청년에 대한 기성세대의 편견이 있다면

황준원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서 그렇다며 노력이 부족하다는 주장. 이제는 설득도 하고 싶지 않다. 시대가 다르다. 기성세대는 굶어 죽을 것을 걱정해야 했다면 지금 시대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먹고 살기를 원한다.

이창래 기성세대의 조언은 ‘나도 꿈을 포기했으니 너희도 꿈을 포기하라’는 느낌이다.

김유정 청년의 반 이상이 비정규직인 상황에서 게으르다거나 정부 지원만을 바란다는 시선은 답답하다. 불안한 노동 현실 속에서 근무하는 상황을 몰라준다.

 

기성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

강혜미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

정소라 청년이 어떻게 살고 무엇이 힘든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지원하고 정책을 만들기 전에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자세하게 알고 했으면.

김유정 정치와 삶을 이분화하지 않았으면 한다. 정치와 삶은 구별될 수 없다. 정책의 결과물이 일상이다. 정치 이야기를 터부시하는 분위기가 사라져야 청년의 의식도 성장할 수 있다.

황준원 기성세대에서 청년세대로 주도권이 넘어가는 과도기지만 청년은 비주류 세력이다. 기성세대가 해온 일을 청년들이 이어받을 수 있도록 연착륙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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