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까

임윤경 센터장평택평화센터
임윤경 센터장
평택평화센터

평택은 다른 지자체에는 없는 좀 특별한 법이 있다. 바로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지원특별법이 그것이다. 미군기지 이전으로 평택의 너른 들판을 내주었고 시민들이 감당하기 힘든 사회적 비용을 치렀으니 혜택을 주겠다는 법이다.

특별법의 주요 내용은 지역 발전을 위해 대부분의 규제를 완화하는 것.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LG전자 평택캠퍼스를 유치할 수 있는 것도 모두 특별법 때문이다. 수도권에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이라고 해서 지나친 인구집중을 초래하거나 인구집중 유발시설의 허가를 금지하는 조항이 있다. 사람들이 살만한 곳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주민보호법이다.

반면 특별법으로 규제가 완화된 평택에서는 인구집중 유발시설들과 큰 공장들을 너무나 쉽게 신설 또는 증설할 수 있다. 환경규제 또한 공장 기준으로 완화됐다. 사람이 살아갈 환경이 아니라 공장의 폐기물 배출량에 맞춘 환경 기준이 됐다. 정말 특별한 법이 아닐 수 없다.

시민 희생으로 제정된 평택지원특별법
삼성은 이 특별법 덕으로 평택에 입주

 

‘이재용 사면’ 거론한 정장성 평택시장
재벌보다 주민 안전 먼저 생각했으면

얼마 전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캠퍼스를 방문하고 온 정장선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반도체 전쟁이 한창이다. 이재용 부회장 사면을 정부가 강력히 검토해야 한다고 적었다. 반도체 경쟁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선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짧은 글을 읽은 대부분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부회장이 없어 반도체 경쟁에서 도태되고 반도체 패권을 뺏긴다면 그 기업의 경영 능력 자체를 의심해야 하지 않을까. 정말 무능한 기업 아닐까 등등.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재벌 특혜 근절을 위해 경제범죄에 대한 사면권 제한을 공약했다. 이 부회장의 선친인 이건희 회장은 1997년 노태우 비자금 사건과 2009년 삼성 특검 사건 두 차례 사면을 받았다. 삼성 총수에 대해 세 번째 사면론이 제기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가끔 저 사람은 지금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까궁금한 이들이 있다. 자신이 무슨 일을 왜 하는지 매 순간 생각을 놓치지 않는 것, 정말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자세가 직업 자체여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치인·종교인·지식인이 그렇다. 따라서 이들은 매 순간 생각하지 않으면 그건 직무유기다.

모든 사안은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 삼성전자가 들어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야기할 때 그곳에서 사용한 반도체 세정액은 어디로 버려지는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 부회장의 사면을 이야기할 때 미군기지로 인한 피해 때문에 소송을 낸 지역의 수많은 이들의 소송비용 사면(감면)을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재벌을 챙기기 전에 지역 주민의 안전부터 먼저 생각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생각하는 리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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