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먹는 정직하고 건강한 맛
올봄은 코로나19 확산과 이상저온으로 건강관리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입맛도 떨어지고 기운도 예년만 못하다. 면역력을 강화시키고 기력을 보충할 수 있는 음식이 필요하다. 이럴 때 이름부터 귀하고 맛과 영양까지 뛰어난 황제탕은 단연 첫손에 꼽을 만하다. 황제탕이 처음이라면 합정동 한신탕사거리에서 10년 넘게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전여사탕찌개전문점을 찾아가보자.
7시간 걸려 정성껏 만드는 황제탕
전여사탕찌개전문점은 좋은 재료를 써 정직하게 만드는 곳답게 단골의 소개로 알음알음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전여사가 반갑게 맞아준다. 이곳의 주인 전영서(62)씨다.
이곳을 대표하는 황제탕은 예약해야만 맛볼 수 있다. 예약을 받으면 전씨는 보기에도 묵직해 보이는 문어, 큼직하고 통통한 전복, 싱싱한 가리비, 탱글탱글한 생새우를 사러 시장에 간다. 전씨는 “그날그날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야 손님에게 좋은 음식을 대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제탕의 핵심은 바로 10여 가지 한약재를 넣고 우려내는 육수다. 아는 한의사에게 문의해 몸을 보하고 조화를 이루는 재료만 골랐다. 센불에 한소끔 끓였다가 불을 약하게 줄여 5시간 동안 졸인다. 토종닭을 삶아낼 때에도 공이 많이 들어간다. 2시간 동안 불 앞에 서서 기름을 싹 걷어낸다. 그래야 느끼하지 않고 깨끗한 맛을 낼 수 있다. 그리고 손님이 도착하면 한약재를 우려낸 국물에 토종닭과 해산물 그리고 팽이버섯과 파 등 채소를 얹어 끓여낸다.
처음 맛본 육수는 은은하고 담백하다. 한약재 향이 살짝 느껴지지만 금세 사라져 거부감이 없다. 끓기 시작하면 가리비·전복부터 맛본다. 가리비 살이 달달하고 촉촉하다. 전복은 통째로 입안에 넣어본다. 야들야들 보드라운 살이 입안을 가득 채우니 이게 웬 호사냐 싶다. 이때쯤 되면 조개 맛이 우러나 육수의 감칠맛이 한층 배가된다. 이럴 때 토종닭을 맛보면 된다. 감칠맛 가득한 육수가 졸면서 사이사이 배어들어 간도 적당하고 맛도 훨씬 진하다.
이곳 황제탕은 화려하지는 않다. 문득 떠오르는 부담없는 맛이다. 온갖 산해진미에 물린 황제가 편안히 쉬고 싶을 때 찾는 맛이랄까. 부언하자면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쓴다. 황제탕은 4인분 기준 10만원인데 전사장은 재료비가 8만원 정도다.
백숙·탕·찌개 모두 일품
한방닭백숙도 있는데 황제탕에서 해산물을 빼냈다고 보면 된다. 은은하고 담백한 육수는 변함이 없다. 역시 육수를 만드는 데 5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예약은 필수다. 예약메뉴로 한방오리백숙, 오리로스, 생오겹살이 있다. 오리로스와 생오겹살을 예약해야 한다니 의외다. 전사장은 “평소에 파는 일이 많지 않아 사두지 않고 예약을 받으면 바로 단골 정육점에 가서 잘 숙성된 생오겹살을 사온다”고 말했다.
바로 주문이 가능한 식사메뉴로는 토종닭볶음탕, 일반닭볶음탕, 돼지사태찌개, 민물새우탕, 부대찌개, 알·고니탕 등이 있다. 닭볶음탕은 전날 최소한의 양념을 해 미리 삶아둔 닭을 차갑게 식혔다가 쓴다. 전사장은 “어릴 시절 집에서 닭볶음탕을 만들면 식었다가 하루 지나 먹으면 더 맛있었다”며 “식으면서 살이 쫄깃쫄깃해지고, 양념이 한 차례 머금었던 살이 끓는물에 풀어질 때 속속들이 국물이 배어들어 풍미가 훨씬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정량을 맞춰 조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사장은 “부대찌개 4인분을 만들 때 2인분에 들어가는 햄·소시지 무게의 딱 두 배를 넣는다”며 “대신 파나 마늘 같은 양념이 줄어들기 때문에 가격은 1000원을 싸게 한다”고 말했다.
이런 요리법은 최근 시작한 배달음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배달을 시작하기 몇 개월 전부터 평택 시내 배달음식점에서 부대찌개면 부대찌개, 돼지사태찌개면 돼지사태찌개를 비조리 방식으로 배달시켜 각 재료의 무게를 재고 배달에 딱 맞는 맛을 찾아냈다.
이처럼 원칙을 지켜 정직하게 만들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전사장은 “내가 일류요리사도 아니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며 “다만 어린 시절에 먹던 맛을 되살리고 집에서 가족들에게 해주던 조리법대로 할 뿐”이라고 말했다.
■ 메뉴 : 예약메뉴-황제탕 10만원(4인분, 1인 추가 시 2만원), 한방오리백숙 5만원, 한방토종닭백숙 4만5000원, 생오겹살 1만3000원(1인 200g, 2인 이상 주문) / 식사메뉴 – 토종닭볶음탕 4만5000원, 일반닭볶음탕 2만6000원, 돼지사태찌개·민물새우탕 2만원(2인), 부대찌개 1만8000원(2인), 알·고니탕 1만1000원(1인)
■ 주소: 평택시 중앙2로 63 2층
■ 전화: 031-657-3477
※식사메뉴 배달 가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