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환경행동
팩트와 증거는 신념을 바꾸지 못한다.” 인지신경과학 전문가 '탈리 샤롯'이 자신의 저서 <최강의 영향력>에서 한 말이다. 사람들은 팩트나 증거를 제시함으로써 상대의 잘못된 생각이 바뀔 것이라 기대하겠지만 팩트나 증거로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상대는 설득되지 않으며 팩트나 증거의 신뢰성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반응한다. 왜 그럴까? 데이터나 분석에 대한 접근은 최근 수십년의 산물인 반면 우리 인간의 뇌는 지난 수천만년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신이 데이터를 믿는 객관적인 사람이라고 확신하지만 사실 데이터보다 희망, 두려움, 열망 등 감정에 사고한다.
우리는 새로운 데이터를 접할 때마다 자신의 생각을 확증하는 데이터는 빠르게 수용하고, 그에 반하는 데이터는 부정의 눈으로 평가한다. 이처럼 자신의 생각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찾고 해석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 하며, 분석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이러한 성향이 강하다고 한다. 백신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에게 데이터를 가지고 백신맞기를 설득해도 제약회사의 상술이나 특정세력의 음모로 생각한다. 새삼 지금 우리가 청북소각장 문제를 접근하면서 범하는 오류가 아닐까 싶다.
“청북소각장은 「폐촉법」, 그리고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서 하루 60~80톤 사이 산업폐기물 중 일반폐기물을 의무적으로 처리하도록 되어 있는 시설입니다.” 지난 2월8일 정장선 평택시장의 시의회 답변이다. 그러나 우리 시민사회는 청북소각장이 「폐촉법」상 의무시설이 아님을 밝힌다. 첫째, 무엇보다 어연‧한산산단의 산단지정이 1993년 12월18일이고, 「폐촉법」의 공표일은 1995년 1월5일로 어연‧한산산단이 「폐촉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둘째, 「폐촉법」 제5조(산업단지조성 등에 따른 폐기물처리시설의 설치‧운영) 제1항 ‘연간 폐기물 발생량이 2만톤 이상인 산업단지를 설치하는 자는 폐기물처리시설을 직접 설치‧운영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규정에 근거 1일 산업폐기물발생량이 2.34톤에 지나지 않는 어연·한산산단은 의무시설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시설중인 청북소각장은 경기도가 직접 설치·운영하는 폐기물처리시설이 아니다. 또한 질의를 통해 경기도로부터 “청북소각장은 「폐촉법」상의 의무시설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받았음도 밝힌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청북소각장이「폐촉법」상 의무시설인가에 대한 진실공방이 문제해결의 열쇠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즉 이제는 청북소각장의 매입이나 폐쇄 등 해결책에 초점을 맞추자는 제언이다. 100보를 양보해서 청북소각장이 「폐촉법」 제5조(산업단지조성 등에 따른 폐기물처리시설의 설치‧운영) 제1항에 근거한 의무시설이라 할지라도, 다행히도 제3항에 ‘부득이한 사유로 해당 산업단지외의 장소에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폐촉법」상 의무시설이라 할지라도 다른 장소에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2019년 현재 현곡산단, 오성산단, 고덕삼성산단 역시도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해당 산단에서 발생하는 소각폐기물을 어연‧한산산단 내 입주할 폐기물소각장에 처리하는 것으로 되어있음을 지적한다. 이것은 어연·한산산단의 폐기물 역시 다른 장소의 폐기물처리시설에서 위탁처리 할 수 있다는 명백한 근거이다.
설사 청북소각장이 「폐촉법」상 의무시설로 기존에 설치 운영되어 왔다 해도 고덕국제신도시가 입지함으로써 법을 바꾸어서라도 폐지하거나 이전해야할 소각장이다. 그런데 20년을 비워두었다가 신도시 입주가 본격화되는 시점인 2020년 1월 없던 진출입로까지 변경승인하여 80톤/일의 폐기물소각장을 입주시킨다는 것이 공감할 수 있는 시정인가 묻고 싶다. 더욱이 2019년 기준 어연·한산산단의 1일 소각폐기물발생량은 1.7톤이다. 인근의 오성산단 6.07톤, 현곡산단 0.0톤, 삼성산단 7.14톤의 소각폐기물발생량을 모두 합쳐도 14.91톤이다. 결국 청북소각장의 80톤은 대부분 평택 외부의 산업폐기물을 반입하여 처리하는 용량이다. 평택시가 시민이 행복한 클린도시, 환경우선의 시정, 미세먼지 방지를 위한 푸른숲조성을 말하는 것은 허울이고 기만이다.
지금 우리 평택은 민간인들조차 100만 평의 도시를 만드는 곳이다. 평택시가 2만5009.9㎡(7578평)의 청북소각장 예정지를 매입하여 폐쇄하거나 소각을 제외한 다른 용도의 폐기물처리시설로 활용할 수도 있다. 또한 시민들의 환경과 건강상 위해가 적은 입지의 산단이나 장소에 관내 산단에서 발생하는 소각폐기물만을 자체 처리할 수 있는 보다 체계적이고 안전한 도시계획시설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평택시장이 장기적인 미래비전을 보고 소신껏 시정을 추진할 수는 있다. 그러나 청북소각장의 설치가 우리 평택시의 어떤 장기적인 비전과 관련이 있는지 묻고 싶다. 우리 평택시의 미래와 시정의 성공을 위해 평택시장은 우리 시민사회와 함께 바른 방향을 찾아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
※폐촉법은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
